배우 임예진이 결혼 후 7~8년 차까지만 시댁을 찾았고 그 뒤로는 명절에 내려가지 않았다고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시댁 식구가 많은 데다 거리도 멀었지만, 임예진은 그보다 ‘문화 차이’가 더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26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는 추석 특집 ‘추석에 나 혼자 산다’로 꾸며져 명절과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뤘다. 이날 임예진의 발언은 방송 직후 명절 갈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멀기도 하지만 그건 변명”…임예진이 밝힌 진짜 이유
임예진은 방송에서 “시댁 가족이 많다. 결혼하고 7~8년 차까지만 다니고 그다음부터 안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멀기도 하지만 그건 변명이고 문화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거리 문제가 아니라 시댁의 식사 문화에서 비롯된 거리감이 핵심이었다는 취지다.
임예진이 지목한 장면은 명절 밥상이었다. 그는 결혼 초기를 떠올리며 “밥상을 차리는데 남자들만 앉아서 먼저 먹는다. 어린 조카들까지”라고 말했다. 남자들이 먼저 식사를 마치면 그 상을 대충 정리해 반찬을 다시 채웠고, 그다음에야 여자들이 먹는 순서였다고 한다.
임예진은 “이게 뭔가 싶어서 그다음부터는 남편 먹을 때 옆에 앉아서 그냥 먹었다”고 했다. 또 “남자들이 먹고 물린 상에서 먹는 게 이해가 안 됐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어린 조카까지 상에 먼저 앉는 구조가 납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경실이 전한 뒷이야기 “밥때가 됐는데도 그냥 자고”
함께 출연한 이경실은 당시 일화를 덧붙였다. 이경실은 “7~8년 동안 가서 밥때가 됐는데도 그냥 자고 그랬다더라”며 “그래서 이제 남편이 안 데리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댁에 머무는 동안 명절 준비에 손을 보태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이다.
임예진은 이 대목에서 한발 물러섰다. “지금 철들고 생각하면 죄송하긴 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도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나 혼자 다녀올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댁 방문을 두고 부부 사이에 별도의 다툼이 있었다는 언급은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다. 남편이 먼저 혼자 다녀오겠다고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방문 방식이 바뀐 것으로 읽힌다.

임예진은 누구와 결혼했나
임예진은 1989년 최창욱 PD와 결혼했다. 결혼 생활은 30년을 훌쩍 넘겼다. 시댁 방문을 멈춘 시점이 결혼 7~8년 차라면 1990년대 중반 무렵으로 계산된다. 당시는 명절 가사 분담이 지금처럼 공론화되기 전이었다.
임예진의 사연이 공감을 얻는 이유
임예진이 꺼낸 ‘남자 먼저, 여자 나중’ 밥상 구조는 명절 갈등의 가장 오래된 장면으로 꼽힌다. 한국의 명절은 혈연 공동체의 우애를 다진다는 본래 취지를 넘어, 젠더와 세대, 가치관이 부딪히는 사회적 갈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설과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른바 ‘시댁 에피소드’와 고부갈등 수기가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등의 뿌리는 가사 노동의 비대칭에 있다. 차례상 차리기, 손님맞이, 청소, 설거지 같은 노동이 여전히 며느리와 여성 구성원에게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 남성 구성원은 휴식을 취하거나 대접받는 위치에 머무는 가부장적 구도가 남아 있어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임예진이 겪은 식사 순서는 그 구도가 밥상 위에서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방문 순서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명절 당일 오전은 시댁, 오후나 다음 날은 처가’라는 불문율이 대표적이다. 여성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박탈감을 느끼고, 처가에서 사위가 받는 대접과 시댁에서 며느리가 하는 노동이 대비되면서 간극은 더 벌어진다.
세대별로 다른 명절의 의미
명절을 바라보는 세대 간 인식 차이도 크다. 기성세대는 명절을 가족의 화합과 질서를 확인하는 자리로 여긴다. 반면 MZ세대는 가족 간 평등한 소통의 시간이자 지친 일상을 회복하는 휴가로 받아들인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참고 희생해야 한다”는 요구에 젊은 세대는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침해받으면서까지 유지할 관계는 없다”는 태도로 선을 긋는다. 임예진이 결혼 8년 차에 시댁 방문을 멈춘 결정은 30여 년 전에 나온 개인적 경계 설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예진 본인이 “지금 철들고 생각하면 죄송하다”고 말한 대목에서 보듯, 당사자 역시 한쪽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온라인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구조
과거에는 가슴속에 묻어두거나 가까운 지인 사이에서만 소비되던 이야기가 지금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적 담론으로 확산된다. 네이트판, 블라인드, 맘카페 같은 공간이 익명의 하소연 창구이자 타인의 지지를 확인하는 곳이 됐다. 비슷한 처지의 이용자들이 댓글로 공감하고 분노하면서 개인의 억울함이 집단적 공분으로 바뀐다.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거절했거나 시댁과 관계를 끊었다는 후기는 이른바 ‘사이다 서사’로 불리며 자극적으로 소비된다. 임예진의 발언이 기사와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회자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예인이 직접 실명으로 경험을 밝혔다는 점에서 명절 갈등 이야기가 익명 게시판을 넘어 방송 공간으로 확장된 사례다.
달라지는 명절 풍속과 새 갈등
전통적 명절 문화가 해체되는 과도기에는 새로운 마찰도 생긴다.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연휴에 해외여행과 호캉스를 떠나는 가구가 늘면서, 전통을 지키려는 부모 세대와 이를 벗어나려는 자녀 세대 사이에 “조상을 모시지 않는다”는 비난과 충돌이 발생한다.
명절 전후에 나타나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인 ‘명절 증후군’은 연휴 직후 법원에 접수되는 이혼 신청과 상담 건수 증가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절 갈등이 개인의 감정 문제를 넘어 실체적인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다는 뜻이다.
시청자 반응이 갈리는 지점도 분명하다. 한쪽에서는 밥상 순서를 문제 삼은 임예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다른 쪽에서는 명절 준비를 돕지 않은 채 잠만 잤다는 이경실의 전언에 무게를 둔다. 결혼 8년 차부터 시댁 방문을 멈췄다는 사실 하나에도 해석이 엇갈리는 것은 명절을 바라보는 기준이 세대와 성별, 가정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임예진의 사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갈등의 해소 방식이다. 시댁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대신 남편이 “나 혼자 다녀올게”라고 말하며 부부가 방문 형태를 조정했다. 명절에 배우자 한쪽만 본가를 찾는 방식은 최근 젊은 부부 사이에서도 늘어나는 유형이다. 임예진 부부는 이를 30년 전에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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