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TM(True Mother·한학자 총재) 보고’라고 불리는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주요 접촉 인물로 분류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문건에는 통일교가 반 전 총장을 상징적 인물로 활용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특히 반 전 총장의 이름이 최소 60차례 이상 등장할 뿐만 아니라 약 6억 원에 달하는 선학평화상 상금 지급 내역까지 명시돼 있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해 통일교와 특별한 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 CBS노컷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TM 보고 문건은 통일교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자료로, 분량만 약 3,000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9년 10월 2일 자 보고에서 ‘특별미팅 반기문 관련’이라는 표현으로 처음 등장한다. 이후 통일교 주요 행사와 국제 콘퍼런스, 평화 관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반 전 총장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2020년 2월 21일 작성된 문건에는 반 전 총장이 수상한 선학평화상 상금과 관련 비용이 결산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선학평화상은 통일교가 2015년부터 격년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반 전 총장은 2020년 ‘설립자 특별상’을 받았다. 상금은 50만 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약 6억 원 수준이다.

같은 해 1월에는 ‘천지인부모 성탄 100주년 및 천주성혼 60주년 기념행사’ 환영사 추진 대상으로, 2월에는 세계평화언론대회와 관련한 ‘반기문 총장 예방’과 ‘미팅(프로젝트 협의)’이 문건에 기재됐다.
반 전 총장은 2020년 8월 ‘신통일세계 안착을 위한 희망전진대회’에 연설자로 참석했고 2021년 5월 ‘통일한국을 위한 싱크탱크 2022 출범식’에서도 환영사 예정자로 보고됐다. 이 시기 반 전 총장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 반기문재단 이사장 등 국제기구와 학계를 아우르는 영향력 있는 직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반 전 총장을 단순 초청 인사가 아닌 교단의 상징성과 노선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인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표현들이 반복 등장한다. 실제 2020년 8월 9일 일본 신일본가정연합 회장 A 씨가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한 서신에는 반 전 총장을 두고 “훌륭하게 참어머님을 증거하고 통일운동을 국제적 경험을 중심으로 증거하는 스피치를 했다”라며 “세계적인 차원의 위대한 세례 요한”이라고 평가하는 대목이 담겼다.

2021년 4월 작성된 또 다른 서신에서는 반 전 총장을 “세계의 거물을 잡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할 비밀병기”라고 표현했다. 2022년 7월 보고 문건에서는 반 전 총장을 ‘참어머님의 아들’로 규정하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같은 해에는 반기문재단도 보고 대상에 여러 차례 포함됐다.
TM 보고 문건에는 통일교가 해외 인사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교단의 영향력 확대에 활용해 온 흐름이 드러났다. 통일교는 상금이 수반된 평화상 수여와 항공·숙박 지원, 행사 연단 초청 등을 통해 해외 인사들을 포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 전 총장 외에도 훈 센 캄보디아 총리,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 글로벌 유력 인사들을 통일교 행사 연설자나 평화상 수상자로 접촉·관리한 정황도 함께 담겼다.
다만, 반 전 총장은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통일교 행사에 참석해 연설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외에 별도의 관계나 지속적인 교류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학평화상 수상과 관련해서도 반 전 총장은 “상에 따르는 의무나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은 평화상 초청을 받아 참석했을 뿐이며 자신뿐 아니라 여러 해외 인사들이 함께 수상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일교를 위해 활동하거나 별도의 미팅을 통해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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