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과거 공천 과정에서 벌어졌던 공천헌금 실태를 직접 언급하며 정치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공천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제안받은 사례를 공개했다. 홍 전 시장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여당 의원들과 유사한 일이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고 언급하며 공천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홍 전 시장은 19일 SNS에 올린 글에서 2004년 제17대 총선 당시의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특정 중진 의원으로부터 공천을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4월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할 때의 일이다”며 “TK 지역 중진 의원이 ‘재공천해 주면 15억 원을 주겠다’고 제의해 이를 바로 공심위에 알리고 그 선배를 컷오프, 그 대신 신인을 공천키로 결정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있었던 또 다른 제안도 공개했다. 홍 전 시장은 “2006년 5·31 지방선거 때는 서울시 간부 공무원 출신이 ‘동대문 구청장으로 공천해 달라’면서 10억 원을 제시해 깜짝 놀랐었다”라며 “이에 10억 원 제시한 공무원을 빼고 제 지역구(서울 동대문구을) 사무국장 출신(홍사립)을 재공천했었다”라고 피력했다.
그는 “그때도 공천헌금이 광역의원 1억, 기초의원 5,000만 원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김경 서울시 의원 사례를 보니 공천헌금은 오르지 않았나 보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와 같은 관행이 과거 정치권 전반에 만연했음을 시사하며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홍 전 시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통해 정치자금 마련에 나섰던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지방선거 때 공천장사를 해서 자기 정치 비용과 총선 비용을 마련하는 국회의원들이 여야에 부지기수로 있었고 옛날 야당은 공천헌금을 받아 당의 선거자금으로 쓰는 일도 종종 있었다”라고 전했다.

홍 전 시장은 “지금 수사받는 김병기, 강선우 의원은 재수 없이 걸렸다고 억울해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공천헌금 수수가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을 넘어서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의 공천헌금 수수는 정치자금법 위반(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 아니라 특가법상 뇌물(5,000만원 이상이면 징역 7년 형 이상)이다”라며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깨끗한 공천을 주문했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정말 고맙다. 정치 인생을 오늘로써 졸업하게 됐다”면서 “이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주요 정치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SNS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 왔고 이번처럼 과거 정치권의 민감한 사례를 꺼내며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정치권의 뿌리 깊은 병폐를 드러낸 폭로로 받아들여지며 향후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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