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은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 정치 분열’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 간 극단적 대립과 이념 차이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정치권보다는 강경 지지층과 유튜버 등 외곽 세력에 책임을 돌리는 응답이 많았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중앙일보·경향신문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12월 29~31일, 전국 성인 3,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정치적 분열에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정치 갈등의 원인으로는 정당 간 충돌(36%)과 이념 갈등(18%)이 대표적으로 지목됐다.
눈에 띄는 점은 정치권보다 지지층과 유튜브 채널 등을 분열 책임의 주체로 보는 시각이 높았다는 것이다. ‘강경 성향의 정당 지지자’가 분열의 원인이라는 응답이 39%, ‘강경 유튜버’가 24%로 나타나 양당(더불어민주당 34%, 국민의힘 30%)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정파에 따라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53%는 긍정 평가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의 70%는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개혁신당 지지층도 절반 가까이(48%)가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각각 90%, 9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주요 기조로 내세운 ‘국민 통합’에 대해서도 시선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75%가 “통합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74%는 “잘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정연경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반대 진영 유권자는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분열의 기점으로는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각각 꼽은 응답이 많았다. 범보수 지지층은 적폐 청산을 본격화한 문재인 정부를, 범여권 지지층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이후 정치적 갈등이 본격화된 이명박 정부를 주요 분기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적 분열이 개인 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40%가 “가족이나 지인과 정치 문제로 다툰 적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진보(46%)와 보수(43%)층에서 이 같은 응답이 많았다. 중도층은 3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편, 정치 혐오가 팽배한 가운데서도 ‘정당 정치의 복원’에 대한 기대는 일정 부분 확인됐다. 응답자 중 61%가 ‘다른 정당은 협력하거나 경쟁해야 할 대상’이라고 답했고, ‘경계 대상’(13%), ‘적대 대상’(13%)이라는 인식은 소수에 그쳤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적대·경계 대상’으로 보는 응답 비율이 43%에 달해 다른 정당 지지층보다 높았다.
정 연구원은 “정당 간 협치가 제대로 작동하면 갈등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분열이 깊어지기 전에 정치권이 실질적인 협력 구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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