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사업자, 충전 요금 약 9% 인상
‘값싼 유지비’라는 전기차 핵심 장점 퇴색돼
업계 “화재 보험·안전 규제 강화로 인상 불가피해”
전기차는 오랫동안 ‘값싼 유지비’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시장을 넓혀왔다. 주유소 전광판 숫자가 요동칠 때도 전기차 오너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웠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래서 전기차를 탄다”라는 이른바 ‘간증 글’이 쌓여왔다. 국제 유가 급등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전기차의 강력한 장점이 갈수록 퇴색되어 가고 있다. 최근 일부 전기차 충전기 사업자들이 공식적으로 충전 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의 핵심 셀링 포인트였던 ‘값싼 충전비’라는 장점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완속 위주의 인상, 개인 오너 부담 커진
가장 먼저 요금 인상을 알린 곳은 플러그링크와 나이스차저다. 두 업체 모두 이달 22일(월)부터 충전 요금을 인상한다. 플러그링크는 완속 충전기 기준 기존 295원/kWh에서 324.4원/kWh로 약 10% 인상했고, 나이스차저 역시 완속 충전기 요금을 297원/kWh에서 324원/kWh로 약 9% 올렸다. 플러그링크는 완속과 급속 충전기 요금을 모두 324.4원/kWh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이번 인상을 단행한 업체들은 아파트와 주택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 온 곳들이다. 법인 차량이나 장거리 운전자보다, 출퇴근용 전기차를 보유한 개인 오너들의 체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비용으로 환산하면 인상 폭은 더 분명해진다. 배터리 용량 84kWh인 아이오닉 5 기준으로 완충 1회당 약 2,500원이 추가된다. 기존에는 약 2만 4,780원이면 완충할 수 있었지만, 인상 이후에는 약 2만 7,250원이 필요하다. 한 달에 10회 충전할 경우 약 2만 5,000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충전 사업자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을 의식한 듯, 충전 사업자들은 공통적으로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원인으론 충전시설 사업자의 보험 가입 의무화와 충전 설비 안전점검 정기수검 의무화가 꼽힌다. 지난 5월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충전 중 화재 사고가 반복되며 법 개정으로 이어졌고, 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규제는 특정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전기차 충전 사업자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특히 플러그링크는 업계 4위의 기업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의 선두에 있다. 이런 영향력 있는 업체가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 그리고 다른 충전 사업자들도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충전 사업자의 잇따른 요금 인상이 전망된다.

소비자 반응은 차갑다. “이 돈이면 차라리 슈퍼차저를 쓰겠다.”, “전기차 메리트가 사라진다”라는 불만이 잇따른다. 불만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이번 인상이 공통적으로 완속 충전기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완속 충전은 구조적으로 10~15% 수준의 충전 손실이 발생해, 실제 충전량보다 더 많은 요금이 청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50kWh를 충전했지만 55~60kWh 요금이 부과됐다는 경험담이 반복되며 체감 가격은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값싼 유지비 신화, 막 내리나
결국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의 가장 강력한 셀링 포인트였던 ‘값싼 유지비’가 더 이상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안전관리법 개정 이후 전기차 유지비는 꾸준히 상승했고, 완속 충전기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00원/kWh도 이미 넘어섰다.

물론 아직까지 전기차의 유지비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격차는 분명히 줄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차 유지비와 내연기관 차량 유지비 간의 구조적인 문제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유지비도 함께 내려가지만, 전기차는 한 번 오른 충전 요금이 다시 내려올 가능성이 낮다. 아직도 전기차가 ‘연료비 걱정 없는 경제적인 차’ 인지 다시 한번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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