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모니카, 웨이모 충전 허브의 심야 소음
주민들 수개월간 수면 방해
AV 충전 인프라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는 갈등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브로드웨이와 14번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밤마다 잠을 설쳤다. 창문을 닫아도 들리는 비프음, 차량이 들고나는 소리, 번쩍이는 라이트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의 평온을 흔드는 존재가 됐다. 그 소음의 정체는 구글 계열 자율주행 서비스 웨이모(Waymo)의 충전 허브였다.

심야 시간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수십 대의 로봇택시가 동시에 몰리면서 주거지 한복판은 사실상 ‘24시간 차량 기지’였다. 결국 주민들은 시의회에 문제를 제기했고, 산타모니카 시는 웨이모에 심야 충전 중단 명령을 내렸다.
산타모니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브로드웨이(Broadway)와 14번가 일대에는 웨이모가 운영하는 두 개의 야외 충전 허브가 있다. 이곳에서는 최대 56대의 자율주행차가 심야 시간대에 귀환해 충전과 청소, 차량 점검을 진행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대부분 밤 11시에서 새벽 6시 사이, 주민들이 가장 조용함을 필요로 하는 시간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호소한 소음은 다양했다. 심야에 귀환하는 차량들의 반복적인 후진 센서 비프음, 여기에 DC 충전 장비가 내는 지속적인 저음, 충전과 함께 이루어지는 청소/관리 작업의 소리, 차량들이 몰리며 생기는 이동 과정의 혼잡, 그리고 밤중에 번쩍이는 강한 헤드라이트와 경고등까지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소음과 빛 공해가 계속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소음은 몇 달간 지속됐고, 시는 공식 문서에서 “주민들의 수면과 평온, 조용함, 집에서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산타모니카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심야 운영 중단 명령을 의결했다.
그러나 웨이모와 충전 운영사인 볼테라(Volterra)의 대응은 다소 미묘하다. LA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양측 모두 “도시가 기존 허가 조건을 오해했다”는 입장이며, 실제로 명령을 이행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웨이모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운영을 조정하고 있으며 계속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심야 충전 중단을 수용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건은 산타모니카만의 일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SoMa 지역에서는 새벽 시간대 로봇택시들이 주차를 시도하며 서로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주민 불만이 폭주했고, 팔로알토와 이너 리치몬드 지역에서는 웨이모 차량 행렬이 주거가로 지나가다 충돌이 벌어졌다. 곳곳에서 “저녁엔 웨이모 호출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까지 붙었다.
그러면 AV 플릿은 어디서 충전해야 하는가
웨이모 소음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AV(Autonomous Vehicle) 산업이 풀지 못한 인프라 딜레마에서 출발한다. 자율주행 택시의 이상적인 충전 장소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외곽의 대형 DC 충전 기지다. 그러나 현실적인 운영에서는 두 가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첫째, 빈 주행거리(Deadhead miles) 문제다. 충전소가 서비스 지역에서 멀어지면 차는 승객 없이 이동해야 하고, 이 거리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 AV처럼 24시간 가동되는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빈 주행거리가 곧바로 운영 효율 저하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둘째, 전기차 특유의 주행거리 손해다. 대부분의 AV가 전기차 기반이므로, 충전소가 멀리 있을수록 충전-복귀 과정 자체가 추가 배터리 소모를 만든다. 주행거리 효율이 핵심인 서비스에서는 충전 시설을 도심 외곽으로 몰아낼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이 생긴다.
결국 AV 사업자는 충전 허브를 서비스 지역 근처, 즉 도시 안쪽에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지점이 바로 주민 갈등의 출발점이다. 일반적인 EV 충전소는 동시에 몇 대만 충전하지만, 웨이모의 충전 허브는 수십 대의 차량이 한밤중에 이동/주차/충전/정비하는 ‘플릿 전용 인프라’다. 따라서 소음과 조명, 통행량은 일반 EV 충전소의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다.

웨이모는 거리 위를 누비는 기술적 성과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도시 속에서 조용히 머무를 공간을 찾는 일은 풀어내지 못한 상태다. 자율주행 택시가 ‘도시의 이웃’이 되려면, 이제는 차량 알고리즘이나 센서 성능을 넘어 충전 인프라의 입지, 운영 시간, 소음/교통 동선까지 아우르는 공존의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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