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의 단종, ‘지루한 차’ 청산 의지 재확인
승용차 수익성 포기, 상징적 모델에 ‘올인’
점유율 하락 감수, 장기 수익성 확보 승부수
포드의 대표 해치백 모델인 포커스(Focus)의 27년 역사가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1월 14일 독일 공장에서 포커스의 최종 생산분이 출고되면서, 포커스를 비롯해 몬데오, 피에스타 등 포드의 전통적인 대중 승용차 라인업은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는 짐 팔리(Jim Farley, James D. Farley, Jr) 포드 CEO가 2020년 취임 이래 강력하게 추진해 온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 전략의 최종 단계다. 짐 팔리는 “우리는 지루한 자동차 사업에서 벗어나 상징적인 자동차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수익성이 낮은 일반적인 승용차 모델들이 ‘지루한 차’로 분류되어 단종되었음을 시사하며, 포커스 단종은 이 CEO의 과감한 도박이 현실화된 상징적인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근본적인 전략 변화: ‘선택과 집중’과 수익성 중심 개편

짐 팔리 CEO가 포커스와 같은 전통적인 승용차를 ‘지루한 자동차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취급한 배경에는 냉철한 사업가적 계산이 깔려 있다. 포커스, 몬데오 등이 속한 승용차 시장은 토요타, 혼다, 현대차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여 마진율이 낮았다. 낮은 수익성에 비해 신모델 개발과 생산 설비 유지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했으므로, 포드는 이 시장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 만한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수익성이 낮은 ‘지루한’ 차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이 높은 ‘상징적인’ 차들과 미래 전기차/상용차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F-150(픽업트럭), 익스플로러(SUV), 머스탱(스포츠카) 등은 포드만의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상징적인’ 모델들이다. 짐 팔리 CEO는 이들 모델에 집중함으로써 브랜드의 매력도와 희소성을 높이고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유럽 시장 전략의 대격변: 승용차 단종과 크로스오버 중심 재편

포커스와 피에스타는 미국 시장에서는 2010년대 후반에 이미 단종되었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경쟁력이자 포드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전기차 전환 비용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인해, 포드는 유럽 시장에서도 결국 기존 승용차 라인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11월 포커스의 최종 생산 종료는 유럽 시장 전략의 대격변을 의미한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포드의 승용 부문을 이끄는 주요 모델은 퓨마(Puma)와 쿠가(Kuga) 등 소형 및 콤팩트 SUV/크로스오버로 재편되고 있다. 포드는 단종된 포커스의 빈자리를 전통적인 해치백이나 세단이 아닌, 새로운 전기 크로스오버 및 SUV로 대체하는 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 ‘카프리(Capri)‘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전기 크로스오버로 부활시킨 점이 있다. 이 모델은 폭스바겐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포커스의 빈자리를 부분적으로 채울 예정이다. 포드는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포드만의 ‘상징적인’ 이름(머스탱, 브롱코, 카프리 등)을 활용한 고수익,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것이다.
전동화 전략의 현실적 수정

포드는 전통 승용차 단종과 함께 전기차(EV) 전환 전략도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초기 공격적인 EV 생산 목표를 수정하고, 시장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는 실용적인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는 EV 수요 둔화(캐즘) 현상과 맞물려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동시에 테슬라 및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포드는 비용 절감형 저가형 EV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스컹크웍스’ 팀을 통해 3만 달러대의 저렴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여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을 활용한 유럽 전용 전기차(익스플로러 EV, 카프리 EV 등) 출시 등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전략의 결과와 전망: 수익성 vs 점유율

짐 팔리 CEO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이다. 포커스, 피에스타 등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소비자층이나 첫 차 구매자를 유입시키던 모델의 단종은 신규 고객 유입 통로를 막아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포드는 유럽 시장에서 2024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7%나 급감하는 등 이미 점유율 하락을 경험했다.
2026년에도 이 추세가 회복되기보다는, 단종 모델의 빈자리를 새로운 모델로 완전히 채우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의 불안정성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업체의 경쟁 심화라는 외부 환경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포드의 최우선 목표는 점유율 회복이 아닌 수익성 극대화에 있다. 상업용 차량(Ford Pro)과 고수익 상징적 모델에 집중하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단기적인 시장 지배력 약화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기업 생존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짐 팔리의 과감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 도박이 2026년 이후 포드의 재도약을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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