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확인 불가, 미징수율 86%
복구비는 늘고, 징수는 제자리
매년 70억, 세금으로 충당해
도로안전시설 파손으로 인한 복구비가 제대로 징수되지 못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사례가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로안전시설 손괴 복구비 징수결정액 14억 1천700만 원 가운데 실제 수납액은 1억 9천800만 원으로, 징수율은 13.97%에 불과했다. 나머지 12억 1천900만 원은 징수되지 못해 결국 국가 예산에서 충당됐다.

미징수액은 12억 원, 어디로 갔나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일반국도에서 발생한 도로안전시설 손괴 복구비 징수결정액은 총 14억 1천7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수납액은 1억 9천800만 원에 그쳐 징수율은 13.97%에 머물렀다. 미징수액은 12억 1천900만 원으로 미징수율은 86.03%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도로손괴자 미확보 건수는 127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116건(91.3%)은 ‘원인자 확인 불가’로 분류됐다. 나머지 11건(8.7%)은 운전자 사망으로 인해 징수할 수 없었다. 현행 도로법 제35조는 원인 행위자에게 복구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고 현장에서 가해 차량을 특정하지 못하면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의 경우 복구비 규모가 일반국도보다 훨씬 크다. 최근 7년간(2018~2024) 고속도로 손괴 복구비 부과 건수는 3만 4천여 건, 총 부과액은 177억 4천500만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징수 건수는 245건, 금액은 5억 8천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4년 한 해 미징수액만 37억 원에 달해 전체 미징수액의 63.7%를 차지했다.
고속도로 복구비 규모는 더 커…보험 공백이 문제
미징수 사유를 보면 ‘보험 미적용’이 172건(69.1%), ‘보험 미가입’이 71건(28.5%), ‘소송 중’이 3건(1.4%)으로 나타났다. 복구 방식별로는 보험사를 통한 복구가 1천74억 원(82.7%), 도로공사 직접 복구가 224억 원(17.3%)으로, 대다수는 보험으로 처리되지만, 보험 공백이 발생하는 순간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구조다.

도로안전시설 파손은 연평균 4천800건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건수는 다소 줄었지만, 복구비는 최근 5년간 58% 급증했다. 미확인 손괴 복구비만 5년간 126억 원에 달하며, 2024년에만 미확인 복구비가 29억 8천만 원, 미징수액은 37억 원에 이르렀다. 결국 매년 약 70억 원 안팎의 복구비가 도로공사 예산, 즉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징수액 37억 원, 제도 개선 필요해…
전문가들은 원인자 특정률을 높이고 보험 적용률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사고 직후 현장 이탈, 야간·우천 시 시야 제한, CCTV 사각지대 등으로 가해 차량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완할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차로·램프·곡선부 등 사고 다발 구간에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원인자 확인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 제도의 포용성을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대물배상 한도가 낮아 고가의 방호벽이나 가드레일 파손 시 복구비가 보험으로 충당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대물배상 최소 기준을 상향하고, 무보험·미확인 손괴에 대응하는 공제성 기금을 마련해 세금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제안이 제기된다.
징수 절차의 표준화도 필요하다. 선 복구·후 징수 체계에서 사진·도면·공사 내역을 표준화하고, 부과·통지·이의 절차를 단일화하면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장 신고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신속한 제보로 원인자 특정에 기여한 경우 소액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지는 구조…투명성 확보 시급

도로법 제35조의 ‘원인자 부담’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원인자 특정률과 보험 적용률을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분기별 징수율과 미징수 사유를 공개해 기관별·노선별 성과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반복 파손 구간의 구조 개선과 속도 규제, 방호 등급 상향 등 예방적 조치가 비용 회수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도로안전시설 파손 복구비 문제는 단순히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세금의 효율적 사용과 직결된다. 사고 이후 도로가 신속히 복구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지금처럼 원인자 확인 실패와 보험 공백으로 인해 세금이 투입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제도의 신뢰성과 재정 건전성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도로안전시설 파손 복구비의 미징수 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미비가 아니라 국민 세금의 낭비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다. 원인자 확인율을 높이고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징수 절차를 표준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소모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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