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지 작가는 조각가다. 그러나 전통적인 조각의 경계를 넘어 매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현대미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주로 물질의 성질과 시각적 지각 사이의 간극을 다루고 있다. 소성된 점토와 일상의 재료들로 이런 ‘사이의 감각’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이혜지 작가의 개인전 ‘인-비트윈(in-between)’이 갤러리제이원(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60)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 EESAB에서 학사를, 서울대학교 조소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다시 또 다른 장소로 이동을 준비하며, 오래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을 오가며 살아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러한 경계적 경험을 기반으로, 완전한 합일도 단절도 아닌 ‘사이의 세계’를 드러내는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의 핵심 축을 이루는 것은 소성된 점토로 만든 고리와 기둥 작업이다.
‘고리’는 개별 조각들이 서로의 끝을 가볍게 걸어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설치작품이다. 각 고리는 소성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무게와 강도, 곡률을 드러내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고리들은 단단히 고정된 결속이 아니라, 언제든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관계의 구조이다. 즉 함께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감과 균형, 그리고 해체 가능성을 은유하고 있다.

‘벌레집3’은 점토의 물성과 무게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한 겹씩 쌓아 올린 기둥 작업이다. 동일한 행위의 반복 속에서도 매순간 어긋나는 형태들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를 만든다. 떨어져 있으나 함께 서 있는 이 기둥들은 불균형해 보이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에게 경계는 둘을 가르는 선이 아니라 접촉과 차단이 동시에 작동하는 ‘틈-사이’이며, 서로 다른 것들이 맞물리며 유지되는 살아 있는 구조이다. 고리와 기둥,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느슨한 결속과 어긋난 균형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지탱하며 살아가는지를 에둘러서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1월28일까지다.
송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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