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주사란 무엇인가?
크리스티아네 하르치히·디르크 회르더·도나 가바치아 지음/이용일 옮김
교유서가/320쪽
2만2천원
요약부터 하자면 인류의 이동을 세계사의 중심에 놓고 재해석한 책이다. 이주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네 하르치히·디르크 회르더·도나 가바치아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이주를 특정 시기나 위기의 산물이 아닌, 인류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보편적 현상으로 규정한다. 인간은 본래 정착하는 존재이며 이주는 예외적 사건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이동을 인간 삶의 기본 조건으로 설정하고 세계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또 이주를 노동 이동이나 인구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 구조와 문화 형성, 정치 질서와 정체성 변화에 깊이 관여해 온 역사적 동력으로 분석한다.
책은 이주 연구의 기존 패러다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서 출발해,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 난민 문제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이주 흐름을 따라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대이동, 농업혁명 이후의 인구 이동, 고대와 중세의 교역과 제국 형성, 대서양 노예무역과 계약 노동, 탈식민화 이후의 글로벌 이동까지를 하나의 연속된 역사로 연결하며, 이주가 시대마다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재편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유럽 중심 서사를 벗어나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포함한 전 지구적 시야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자 강점이다.
또 이주민을 수동적 존재가 아닌 능동적 행위 주체로 재정의한다. 이주는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가족 구조, 젠더 관계, 사회적 네트워크, 개인의 생애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주를 둘러싼 논의를 정책이나 현안의 차원에 가두지 않고, 인류 역사 전체 속에서 재배치하는 책으로,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들이 이주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참고서라 해도 좋을 듯하다.
송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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