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어요] 프로필 한 장이 여는 길…배우·기획자 모여든 ‘예술 일자리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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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참가자들이 저마다 큼직하게 인쇄된 얼굴 사진과 이력을 담은 프로필을 극단·기획사 관계자에게 내밀었다. 프로필에는 자신이 참여한 연극이나 뮤지컬, 출연했던 단역 프로그램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극단과 기획사 관계자들은 한 줄 한 줄 이력을 살폈다. 작품 배역을 찾기 위해 현장을 찾은 이들 사이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작은 오디션장이 진행된 이곳에서 누군가는 꿈을 이어 갈 새 기회를 붙잡는다.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5 예술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2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공동 개최했다. 정책과 산업 현장을 연결해 예술인과 현장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모색하는 새로운 시도다.
국립정동극장과 예술의전당 등 23개 기관·기업이 참여해 모의 면접과 1대1 멘토링 등을 진행했다. 취업 특강도 열려 예술계 진입을 희망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박람회는 그간 예술 산업의 행정·기획 분야 중심으로 운영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연극·뮤지컬·드라마·영화 분야 배우 지망생을 위한 공개 오디션까지 마련하며 무대를 한층 넓혔다.
배우 이병헌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국내 20여 개 공연 제작사와 극단, 기획사가 참여했다. 외부인이 볼 수 없는 별도로 마련된 오디션장에서는 1400명이 넘는 이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예술을 먹거리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과거보다 개선됐고 역량을 갖춘 사람도 많지만 이들을 적재적소로 연결해 줄 통로는 여전히 적다. 2023년 기준 예체능 계열 졸업생 7만4000명 중 취업률은 67%다. 예술인 뿐 아니라 행정·기획·마케팅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하지만 관련 채용 정보가 흩어져 있어 진로를 탐색하기가 어렵다.
공연·행사 기획 전문가를 꿈꾸는 유아람(31) 씨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예술 일자리 박람회’ 소식을 접했다. 유사하게 정보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거의 없어 이틀 연속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유씨는 “같은 시간대에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돼 아쉬울 정도”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관 담당자가 이력서 보충할 부분이나 필요한 경험 등을 설명해 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제 역량에 맞게 예술 분야에서 어떤 직무를 준비하면 좋을지 탐색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기관들도 새 인재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국립정동극장은 3년간 예술 일자리 박람회에서 부스를 꾸렸다. 과거 박람회에서 상담을 나눴던 구직자가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현장과 채용이 맞닿은 순간을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국공립 기관, 민간 예술 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우리 극장이 어떤 차별화가 있는지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 진입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정동극장이 아니더라도 문화예술 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구직자들은 방향을 잡게 되고 저희도 에너지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오디션과 채용 상담 등은 예약제로 진행됐다. 구직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기관 역시 상담자의 기본 이력을 미리 파악한 뒤 집중도 높은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K콘텐츠의 세계적 성장 뒤에는 배우·기획·행정·마케팅 등 다양한 예술인이 현장에서 쌓은 실력이 자리하고 있다”며 “이번 박람회가 예술인들이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일거리를 소개하고, 예술 생태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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