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측 제안으로 한불수교 140주년 특별 판화전 공동 개최… K-컬처 위상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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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전시는 일반적인 국제 교류 전시와는 출발점이 조금 달랐습니다. 보통은 한국이 먼저 유럽 측에 제안하고 현지에서 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교류가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프랑스 측에서 먼저 제안을 보내왔습니다. 판화 전문 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그라블린 미술관 측이 한국 판화를 프랑스에 소개하고 싶다며 한국의 파트너를 찾으면서 이번 전시가 시작됐습니다.”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현대판화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는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그래서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할 때 궁금했다. 어떻게 지방에 있는 대학 미술관에서 그런 특별전을 개최하게 됐고, 그것도 왜 일반인들에게는 좀 익숙하지 않은 판화전인지… 김정 인당뮤지엄 관장을 만나 들어보니 궁금증들이 풀렸고 새삼 인당뮤지엄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마침 올해가 인당박물관이던 이름을 인당뮤지엄으로 바꾼지 10년째라 의미가 남달리 생각됐다. 김정 인당뮤지엄 관장을 만나, 한불수교 특별전과 인당뮤지엄에 관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박물관의 의지와 관심으로 성사됐다고 봐도 되나?
▲ 그렇다. 물론 그라블린 미술관이 판화 전문 미술관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K-아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흐름 속에서도 판화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장르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판화를 먼저 소개하고 싶다고 제안해왔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또 프랑스 측이 한국 판화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 판화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적으로 익숙한 분야는 아닌데…?
▲솔직히 처음에는 현대미술에 익숙한 관람객들에게 어렵거나 오래된 장르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또 판화라고 하면 민중미술이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장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판화 역시 결국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예술 장르였고,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를 이루는 목판화는 나무가 가진 따뜻한 질감과 결이 한국인의 정서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작품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나무에서 오는 따뜻함과 노동의 흔적이 정직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에게 안도감과 해방감으로 다가간 것 같다.나 역시 이번 전시를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
–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 반응은 굉장히 좋다. 처음 인당뮤지엄에서 판화 전시를 연다고 했을 때는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실제 전시를 본 관람객들은 공간과 작품이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판화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고, 그런 반응을 우리는 큰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당뮤지엄 얘기를 해보자. 인당뮤지엄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인당뮤지엄은 2002년 ‘대구아트센터’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김윤기 박사가 수집해 온 조선시대 목가구를 기반으로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예술적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후 2007년 대구시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됐고, 2016년 ‘인당뮤지엄’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전시의 영역과 방향을 확장해왔다. 지금까지 약 40회의 기획전을 이어오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이 뮤지엄을 운영하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대학은 보건의료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환자를 직접 마주하는 보건의료인을 길러내는 만큼 인성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짧은 시간 안에 국가시험과 취업 준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인문학이나 문화예술을 따로 접할 여유가 거의 없다. 그래서 대학이 먼저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캠퍼스를 조각공원으로 조성하고, 건물 곳곳에 예술작품을 배치하며, 그 중심에 뮤지엄을 두었다. 그런 까닭에 인당뮤지엄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확장하는 ‘교육의 장’으로 설립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나?
▲정기 기획전과 연계해 도슨트 투어, 유튜브 도슨트 영상,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학생을 위한 전통문화 체험, 뮤지엄 콘서트, 야외 영화 상영 프로그램 ‘달빛시네마’, 다양한 인문학 특강 등을 마련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예술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깊어지고, 이것은 결국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고 본다.
-지금까지 인당뮤지엄에서 40여 차례 전시를 했는데 대부분 의미 있고 알찬 기획들이라는 평가다. 전시기획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는 기준이나 방향이 있나?
▲사실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언제나 작가다. 최근에는 전시 공간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외부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전시도 많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장 정직하고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당뮤지엄처럼 큰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긴 시간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충분한 작업 세계와 다양한 시리즈를 구축한 작가가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온 작가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당뮤지엄은 판매에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작품 세계 전체를 온전히 보여주는 전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람객들이 인당뮤지엄 전시를 보고 나면 “한 작가의 전시를 본 것이 아니라 네다섯 개의 전시를 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런 점이 인당뮤지엄 전시의 특징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전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를 꼽는다면?
▲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대구보건 개교 50주년(2021년)에 진행했던 ‘만향’ 전이다. 소장품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였는데, 인당뮤지엄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장 잘 보여준 전시라고 생각한다.당시 겸재 선생의 작품부터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 공간에서 함께 선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거나 과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 문화 속 아름다움과 현재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했다. 그런 방향성은 이번 목판화 전시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 판화 작품뿐 아니라 목판 유물도 함께 전시하며 작품의 시작점과 역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배경까지 함께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불수교 140주년 특별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는 오는 23일 대구 전시를 마치게 되면 다음달 28일부터 11월8일까지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에 있는 그라블린 미술관에서 열리는 K Print, Korean Woodblocks’로 이어진다.인당뮤지엄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들도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 김정 관장은 “그라블린 미술관의 한국판화 전시는 프랑스 문화부 선정 올해의 주요 전시 20선에 선정됐다”고 귀뜸해줬다. K-아트에 대한 유럽의 관심도를 다시 한번 짐작케 한다.
김정 인당뮤지엄 관장(39)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석사 / International Studies 전공 △ American University 학사 / International Relations 전공
인당뮤지엄 부관장(2022~ 2023), 인당뮤지엄 관장(2024~현재)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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