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디미방』, 『수운잡방』, 『역주방문』 등 고문헌에 수록된 술 그대로 빚는 한국전통주 시음회가 지난달 30일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에서 열렸다. 대구에 있는 전통주 국비교육훈련기관인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시음회에는 50여 명의 전통주 애주가들이 참석하여 주최측이 지난 겨울동안 빚은 전통주 10종을 맛보았다. 우리 선조들이 담궈먹던 방식 그대로 재현한 전통주를 맛본 남녀노소 참석자들은 “한마디로 놀랍다. 이렇게까지 품격있는데다가 향까지 다 품고 있다”고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시음주는 삼오주, 청명주, 과하주, 동정춘, 석탄주 등 5종과 녹두누룩으로 빚은 술 2종, 팥누룩으로 빚은 술 1종과 부재료를 넣은 술 2종 등 총 10종류의 술이었다. 동정춘은 “막걸리가 이렇게 맛있어도 돼”라는 되물음이 나올 정도로 달싹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워 여성참가자들도 즐겨 마셨다.
이날 시음회에서 ‘스토리텔링의 보고, 한국전통주’란 제목으로 특강을 한 언론인 출신 박운석 원장(전 대구문화재단 부장)은 시음하는 10종류의 술마다 어떤 재료를 어떤 날 얼마나 사용해서 발효하니 어떤 맛과 향이 나는지 등의 기본적인 사항과 술마다 품고있는 스토리까지 들려줘서 더 흥미를 끌었다.

“한국전통주는 이름조차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다”는 박 원장은 설날 이후 12지의 말날인 오일(午日)마다 세 번에 걸쳐 빚고 100일 이상 저온발효와 저온숙성을 한 ‘삼오주’는 말(馬)이 지닌 힘과 에너지를 담아낸 술”이라고 설명하고, “청명(4월5일) 100일 전에 밑술을 빚기 시작해 청명에 마시는 ‘청명주’는 깔끔한 신맛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여름을 지나는 술인 ‘과하주’는 알코올도수가 낮아 상하기 쉬운 막걸리에 막걸리를 증류한 소주를 넣어 여름에도 상하지 않게 한 술로 과일향과 꽃향이 특징이고, 평생에 한 번은 맛봐야 한다는 ‘동정춘’은 최소한의 물을 사용해 단맛을 극대화시킨 술이다. 우리가 연상하는 시커먼 석탄이 아니라 마시기 애석할 정도로 맛있다는 ‘석탄주’는 요즘 양조장에서 가장 많이 응용하는 술제조방법이기도 하다.
이날 한국전통주 시음회에서는 녹두와 팥 등 특수누룩으로 빚은 새로운 맛과 향으로 전통주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의 술은 그동안 대부분 밀누룩으로 만들었다. 고문헌에 나오는 전통주 제조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새로운 누룩으로 술빚기에 성공함으로써 전통주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까지 선보여, 이 전통주 시음회가 개척해날 분야가 어디까지인지 기대를 걸게 하였다.
이날 최고 인기술은 지난달 4월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2026 대한민국 가양주 대전 궁중술빚기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술이었다. 두 가지 부재료를 넣어 깔끔한 과일향을 내었던 이 술은 금방 동이 나 버렸다.
이날 시음회에 참여한 이이슬이(36)씨는 “한국전통주의 맛과 향이 이렇게 뛰어날 줄 몰랐다”며 “수백년 이어온 전통 술 제조방법으로 훌륭한 맛과 향을 낼 수 있어서 놀랐다. 전통주 시음회를 넘어 전통주 제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박운석 원장은 매일신문 문화부장, 대구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을 거쳐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부회장, 대구수제맥주학교장 등을 맡고 있으며 『차근차근 전통주』, 『전통주로 빚은 인문학』, 『차근차근 수제맥주』 등의 술 관련 저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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