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펼 전(展), 보일 시(示). 이름 그대로 전시는 ‘보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돼 왔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전시 공간은 늘 소외된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배제되지 않고 비장애인과 같은 자리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용산에 문을 열었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에 맞춰 용산문화재단에서 개관한 「어두운 미술관」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란히 같은 그림 앞에 서서 감동을 나눌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다.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이하 유니원)와 용산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종로구 이음갤러리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두 번째로 마련됐다.
「어두운 미술관」은 입구부터 화려하고 밝은 여느 전시장과는 다르다. 검은 암막천이 공간 곳곳을 둘러싸고 조명을 최소화해 빛을 차단한 환경이 조성됐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같은 암막 연출은 시각 중심의 전시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전시의 의도이자 목적인 촉각에 집중하도록 한다. 임상우 용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어두워야 전시를 진짜로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둠 속에서의 체험을 통해 시각이 아닌 촉각 중심의 감각으로 전시를 온전히 느끼고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고딕 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예술사 흐름에 따라 총 5개 시대의 17점 작품으로 구성됐다. 조토 디 본도네의 「동방박사의 경배」를 시작으로 르네상스의 다빈치·라파엘로, 바로크·로코코의 카라바조·렘브란트·베르메르, 입체주의의 피카소, 그리고 마그리트와 루시안 프로이트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주요 작품들을 손끝으로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 가운데 전시의 핵심 작품은 단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인 「모나리자」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희망’을 의미하는 노란색 액자로 강조된 이 작품은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전시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직접 만질 수 있는 이번 전시 작품들은 인공지능(AI)과 3D 기술을 결합해 재탄생했다. AI 알고리즘이 원화의 붓질과 질감·명암을 학습하고 이를 입체 형태로 구현해 관람객이 손끝으로 윤곽과 표면을 따라가며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머릿결과 옷의 주름 같은 세부 요소까지 촉각으로 느끼게끔 해 기존의 시각 중심 감상 방식을 확장한 것이다.
어둠 속에서 손끝으로 더듬어 완성한 작품의 형상은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보는’ 전시가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작품을 ‘느끼는’ 전시 「어두운 미술관」은 예술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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