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누가 불편함을 기꺼워하겠는가? 불편함을 피하거나 없애려는 게 인지상정인 것이다. L.Lucy 박정현 작가는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거스른다. 불편함을 제거하는 대신 남겨두는 방법을 찾는 작가이다. ‘무용(無用-쓸모없음)’의 즐거움이 가장 아름답고 겸손한 인간의 모습이라고까지지 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란 “굳이 불편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래서 갤러리CNK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타이틀 ‘기꺼이 불편할 자유’가 생소하지 않다. 지난 2023년에 이은 CNK 두번째 전시이자 그의 9 번째 개인전으로 관객 참여형 설치작품과 회화 등 2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박정현은 경북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 킹스턴대학교에서 공간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했다. 효율과 최적화가 ‘정답’이자 ‘만능’이 되버린 시대 속에서 그는 인간이 선택하는 불편함의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자유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참여형 작품을 설치해 인간이 누리는 불편함의 가치를 체험을 통해 경험하게 하고 있다.

2층 공간에 설치된 작품은 자전거이다. 자전거 휠 위 패널에는 ‘LOOK’, ‘TO’, ‘DEEPLY’, ‘SEE’라는 단어들이 여덟 등분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전체의 일부만 보여주는 점에 불과하다. 관람객이 적당한 속도로 페달을 굴리면, 흩어졌던 점들은 잔상 효과를 통해 선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문장으로 떠오른다. 읽힐 듯, 말 듯한 문장이다. 그래서 관람객은 문장의 실체를 잡아내려고 더 힘껏 페달을 밟으로 수고로움을 자처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제자리에서 맴도는 자전거 위에서 땀을 흘리지만, 그 비효율적인 노동을 통해 일종을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단순히 정답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불편함을 선택하고 즐기는 인간의 주체적인 자유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참여를 요청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 그 것이 관객들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3층 전시장에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 총론을 가로세로 각 2.8m의 화면에 담아낸 대형작품이 설치돼 있다. 거대한 추상화처럼 펼쳐져 있다. 그는 “긴 한 문장 속에 많은 의미를 압축해 놓은 헌법 전문은 하나의 추상화와 같았다”고 말한다. 견고한 법의 체계 자체보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해석의 불확실성,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개개인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헌법을 풀이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4월18일까지이며, 대구와 영국 런던 FOREFRONT77 공간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다.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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