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가 권도연은 풍경이나 사물을 찍지만 실제로는 그를 통해 ‘존재와 기억’에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다. 말하자면 사진을 제시하며 철학적 사유로 이끄는 작가이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후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이력이 사진과 기억 존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그의 작업의 배경이다. 2019년 제 10회 일우사진상과 2024년 제 1회 랄프 깁슨 어워드를 수상하며 독보적인 작품성을 인정받은, ‘잘나가’는 주목받는 작가이다.
권도연 작가의 개인전 ‘녹투라마(Nocturama)’가 오는 13일부터 대구 021갤러리에서 열린다. 2021년 이후 작가가 지속적으로 천착해온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이다. 전시에서는 ‘야간행’과 ‘반짝반짝 빛나는’, ‘파도’ 등 연작을 포함해 2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전시명 ‘녹투라마’는 W.G.제발트의 소설 ‘아우스터리츠’에 등장하는 안트베르펜 동물원의 ‘야행성 동물원’에서 따왔다.소설 속 화자가 인공적인 어둠속에서 유리 너머의 동물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시간과 기억의 심연을 마주하듯 권도연은 사진을 통해 우리 주변의 밤과 그 속에서 서성이는 존재들을 깊이있게 응사한다


주요 연작인 ‘야간행’은 적막한 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들을 담아냈다.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는 대상을 하얗게 지워버리거나 흐릿하게 만들며,잡히지 않는 기억의 속성을 시각화한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한강 하구의 인공시설 녹지난 섬 같은 생태공간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기록한 작품들이다. 다리와 다리 사이, 도로에 갇혀 있는 고립된 장소에서 만난 삵과 고라니 너구리 같은 것들을 2년 여 동안 마주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포착한 작업이다. 소멸해가는 것들에 대한 애도이자 기록이다.


‘파도’는 이번 전시를 완성하는 신작으로 소백산에서 해운대까지 400㎞를 이동한 여우(KM-2121)의 여정을 쫓는 기록이다.작가는 여우가 남긴 기억과 존재의 흔적을 통해, 타자가 머물던 시공간을 자신의 프레임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권도연의 작업은 크게 보면 사진 매체를 통해 기억의 단편들을 현실로 불러내고 소멸해 가는 존재의 자리를 기록하는 행위에 다름아닌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세상에는 기록해야 할 빛나는 존재들이 분명히 있다”며 “어둠 속에서 그들을 마주하고 기록하는 일은 관찰 기법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라고 주저없이 말하고 있다.
권도연은 한양대 문학과를 나온 후 상명대 대학원에서 사진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0차례 개인전과 함께 수십 차례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실관, 뮤지엄 한미 등 여러 기관에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녹투라마’ 전은 오는 4월29일까지 계속된다.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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