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농부의 생각]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원금을 사용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목적
3~6개월 사용기한…자식 주려고 아끼지 말고, 활기찬 고향 되게 써야
성경에는 척박한 광야를 걷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울화 섞인 불평이 등장한다. “애굽 땅에서 양식을 배불리 먹던 때가 좋았다”는 원망이다. 굶주림이라는 본능적 공포 앞에 선 이들에게 신은 지도자 모세를 통해 ‘만나’와 ‘메추라기’라는 기적의 양식을 내린다. 단, 엄격한 조건이 붙었다. ‘그날 먹을 만큼만 거두고,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라’는 명령이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늘 축적의 탐욕이 있다. 불안과 욕심에 사로잡힌 일부가 내일을 위해 양식을 숨겨두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성경은 ‘아침까지 두었더니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난지라’라며 그 끝을 기록한다. 신이 원한 것은 어느 한 곳에 고이지 않는 ‘순환’이었다. 양식이 공동체 구석구석으로 흘러가 모두의 생명 에너지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10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10개 시범지역 주민(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장수, 전남 곡성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에게 2026년부터 2년간 매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지급 대상은 해당 지역 주민등록자로 주 3일 이상 실거주자다. 기본소득의 목적은 지역내 소비를 유도하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점들이 생겨나 생활의 불편함을 줄여 농어촌을 사람들이 머물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데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기본소득에도 만나와 같은 ‘사용 기한’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급월의 익월 1일부터 읍 지역 주민은 3개월, 면 지역 주민은 6개월 내에 지급받은 상품권을 소진해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양식에 벌레가 생기듯, 이 돈은 본연의 가치를 잃고 사라진다. “나중에 자식 주려고”, “혹시 몰라 모아두려고” 장롱 깊숙이 넣어두는 순간 정책의 맥박은 멈춘다.
우리 부모님들은 평생 ‘안 쓰고 아껴서 자식 주려는’고결한 희생으로 살아오셨다. 하지만 이 기본소득만큼은 ‘사용함으로 살려내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오늘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약국에서 약을 지을 때, 그 돈은 이웃 상인의 생계가 되고 마을의 생명수가 되어 돌아온다. 도시에 나간 자녀들 역시 부모님이 이 돈을 오롯이 당신의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쓰시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자식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통장 속 잔액이 아니다. 고향 마을이 사라지지 않고 활기차게 유지되어, 지친 자식들이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품’을 남겨주는 일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지역 경제를 위해 설계된 소득 역시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쓸 수 있을 때 기쁘게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소멸해가는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 이번 농어촌 기본소득이 소멸 위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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