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작가 심찬양 첫 개인전 ‘데케이즈(Decades)’…갤러리 안으로 옮긴 ‘벽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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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인물화가 훅하고 눈에 들어온다.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고 한국인도 있다. 어린 소년도 보인다. 총 9명으로 모두 한복을 입고 있다.한 명 한 명 모델들에게 한복을 입힌 뒤 찍은 사진을 보고 스프레이로 그렸다. 얼굴 표정이 생생한 게 인물 묘사가 사실적이다. 스프레이로도 이렇게 실감나게 인물을 그릴 수 있다니…새삼 놀랍다. 도료를 캔버스에 흘러내린 듯 표현한 수법은 회화적인 느낌마저 준다. 얼핏 한 벽면을 채운 벽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3.4m 높이에 1.5m 너비의 대형 캔버스 9개에 한 명씩 그린 뒤, 그것들을 나란히 이어 벽면을 덮었다. 그래서 캔버스가 아니라 벽에다 그린 벽화라고 해야 될 듯하다.

실제로 이 커다란 인물화를 그린 작가는 그래피티 작가다. 그림이 됐건 글자가 됐건 아무튼 건물 외벽에다 뭔가를 표현하는 그래피티 작가다.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더 유명하고, 더 잘나가는 심찬양 작가다. 바로 그 ‘핫’한 심찬양 작가가 난생 처음 대구 021갤러리 범어 구관에서 ‘데케이즈(Decades)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4일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다.

심찬양 작가는 경북 김천 출신이다.미국이 지금 그의 주 활동 무대다. 지금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출발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무언가 반항기가 있었던 고교시절 우연히 접한 만화를 통해 그래피티 세계에 뛰어 들었다. 20년 전 일이다.
대부분 작가들이 그렇듯 그도 무명시절을 겪어야했다.그러다가 10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뉴욕에서 거친 생활을 하던 그에게 LA의 복합문화공간 ‘더 컨테이너 야드’ 의 벽화 제안을 받은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먹빛 저고리에 청록색 한복을 입은 흑인 여성을 그렸다.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작품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단숨에 그래티피계의 스타반열에 올랐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살린 소재를 고민하다 택한 그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유명세는 계속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셀 오마바가 한복 입은 모습까지 그리게 됐다. 단지 흑인이 한복을 입으면 예쁠 것 같아 그렸을 뿐인데 기대하지 않은 평가도 뒤따랐다. 미국사회에서 한인 업주가 운영하는 식당이나 술집에 일하는 흑인들이 적잖이 설움을 겪는데,심 작가의 ‘한복입은 흑인 여성’ 그림이 그런 흑인들의 감정적 응어리를 풀어주는 화해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명성은 한국에도 알려졌고, 삼성라이온즈 파크에 이승엽의 벽화를 그리게 됐다.

여성인물화 배치된 벽면 외에 전시장 다른 벽면에는 높이가 4미터쯤 되는 벽화들이 장식하고 있다. 아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그린 역시 인물화이다. 왜 인물화를 고집할까? 그는 “회화의 완성은 인물화고 가장 어렵고 힘든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들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남들관 다른 분야를 하고 싶었다”라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설명했다.

이번 전시명 ‘데케이즈’는 작가에게 회고와 전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명으로 보낸 10년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보낸 10년, 그리고 미래의 10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심 작가는 설명했다. 그런데 궁금했다. 그래피티 작가가 어떻게 갤러리 전시를 하게 됐을까? 생각이나 해 본 적이 있었나? 심작가는 그래피티 작품은 높이가 최소 4미터 이상은 돼야하기 때문에 갤러리 전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때마침 이번에 전시를 제안한 021갤러리 벽면의 천고가 4미터 이상이 돼 전시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첫 개인전에 대한 욕심이 생겨 여느 때와 달리 30일 넘게 정말 열심히 재미있게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심 작가는 대형 캔버스에 인물을 그린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첫 갤러리 전시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했다. 갤러리 전시 결과가 앞으로 작품 활동에 변화를 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 반응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단서가 이미 생겼다. 9점의 여성 인물화 중 3점은 올해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출품이 결정됐다고 이소영 021갤러리 대표가 귀뜸해줬다.

심 작가는 아무튼 이번 전시와 관계없이 이제는 영국이나 유럽 대륙으로 진출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털어놨다. ‘데케이즈’에 함의된 ‘미래 10년’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전시는 2월28일까지 계속된다.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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