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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축구 역사에 남을 굴욕의 날 “축구가 사람 마음을 이렇게 찢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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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가 또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한때 세계 축구를 호령하며 난공불락의 요새로 불린 독일이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번엔 역사상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승부차기’에서마저 무릎을 꿇으며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길고 어두운 암흑기의 정점을 찍었다.

독일 대표팀 선수들 / 독일축구연맹 인스타그램

독일 축구대표팀은 30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토너먼트 단판 승부에서 남미의 복병 파라과이를 만나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배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야심 차게 도입된 32강전이었지만, 독일에는 그저 새로운 형태의 ‘조기 퇴장’ 무대일 뿐이었다. 이로써 독일은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에 이어 2026년 북중미까지 3연속 16강 진출 실패라는 전무후무한 잔혹사를 완성했다. 반면 D조 3위로 간신히 조별리그를 턱걸이했던 파라과이는 독일이라는 거함을 낚아채며 프랑스와 스웨덴 승자와의 8강 길목으로 향하게 됐다.

이날 경기는 독일 축구의 현주소와 고질적인 명암을 고스란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독일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파라과이를 압박했으나, 촘촘하게 짜인 파라과이의 단단한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답답한 빌드업을 반복했다. 오히려 파라과이는 훌리오 엔시소의 위협적인 개인 돌파를 앞세운 날카로운 역습으로 독일의 배후 공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국 선제골도 파라과이의 몫이었다. 전반 42분, 경기 내내 활발하게 움직이던 엔시소가 문전에서 영리한 움직임으로 노마크 찬스를 잡았고, 정확한 헤더로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차군단의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마크를 놓친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독일은 후반 들어 거센 반격에 나섰고, 후반 9분 카이 하베르츠가 극적인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양 팀은 공방전을 벌였으나 추가 득점 없이 전·후반 90분을 마쳐 승부는 연장전으로 흘러갔다.

이어진 연장전은 독일 축구 잔혹사의 가장 잔인한 하이라이트였다. 연장 전반 12분, 독일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조나탄 타가 타점 높은 헤더골을 성공시키며 마침내 대역전극을 일구는 듯했다. 독일 벤치의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그러나 기쁨은 채 몇 분을 가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골이 들어가는 앞선 과정에서 독일 동료 선수의 골키퍼 차징 반칙이 선언되며 득점이 허무하게 취소됐다. 정신적인 타격을 입은 독일은 연장 후반까지 파라과이의 육탄 방어를 뚫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이번 대회 첫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축구계엔 “독일과의 승부차기는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전차군단의 강인한 정신력은 유명하다. 실제로 독일은 월드컵 역사상 치른 네 번의 승부차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성공률 100%의 신화를 가진 팀이었다. 그러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이끄는 지금의 독일은 이 위대한 역사적 유산마저 스스로 지워버렸다. 독일은 첫 번째 키커로 나선 하베르츠의 슛이 실패하며 잔인하게 끌려갔고, 네 번째 키커 닉 볼테마데마저 실축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마뉘엘 노이어 골키퍼가 파라과이의 4번 키커 사나브리아와 5번 키커 발뷔에나의 슛을 연달아 막아내며 서든데스까지 승부를 연장시키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잔인한 운명은 독일을 외면했다. 6번 키커로 나선 조나탄 타의 슈팅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골대를 크게 넘어간 반면, 파라과이의 호세 카날레는 노이어를 완벽하게 속이며 골망을 흔들었다. 카날레의 슛이 성공하는 순간 독일 선수들은 잔디밭에 그대로 주저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독일 축구의 이러한 몰락은 벌써 10년이 넘게 진행 중인 고질이자 풀지 못한 숙제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 개최국 브라질을 준결승에서 7-1로 완파하고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까지만 해도 전차구단의 전성기는 영원할 것 같았다. 전 세계 축구 전문가들 역시 독일의 장기 집권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영광의 유통기한은 너무나도 짧았다. 이후 독일 축구가 걸어온 길은 잔혹사의 연속이었다.

그 서막을 알린 것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당시 피파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당당하게 출격했던 독일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지는 스웨덴전을 극적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운명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한민국에 0-2로 완패하는 이른바 ‘카잔의 기적’의 희생양이 되며 조 꼴찌로 추락했다. 이는 독일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참사였으며, 전 세계 축구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긴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명예 회복을 선언하며 나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일의 잔혹사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이어졌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시아의 복병 일본을 만난 독일은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연달아 실점하며 1-2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해 첫 단추부터 무참히 꼬이고 말았다. 이후 스페인과 극적으로 비기고 코스타리카를 꺾으며 승점을 쌓았지만, 일본이 스페인을 꺾는 이변이 겹치면서 결국 골득실 차에 밀려 조 3위로 주저앉았다. 이로써 독일은 세계 축구 역사에 유례가 드문 ‘2대회 연속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가혹한 굴욕을 맛보아야 했다.

파라과이 선수들이 독일을 꺾고 기뻐하고 있다. / FIFA World Cup 인스타그

독일 축구팬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명예 회복을 기대했던 이번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비극의 정점을 찍은 대회가 됐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새롭게 신설된 32강 토너먼트 무대였기에 독일 입장에서는 과거의 조별리그 탈락 악령을 떨쳐내고 전차구단의 위용을 다시 증명할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토너먼트 첫 관문에서 만난 남미의 파라과이를 상대로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간 끝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조별리그 통과라는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토너먼트의 가장 첫 판인 32강전에서 허무하게 탈락하며 독일 축구 잔혹사의 가장 부끄럽고 치명적인 새 페이지를 추가하게 됐다.

독일 현지 언론은 벌써부터 나겔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 의문을 표하며 축구협회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지 유력 매체들은 경기 직후 일제히 독일 축구의 완전한 파산 선고라며 강도 높은 비난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독일 축구 특유의 강인한 체력과 끈끈한 조직력, 그리고 선 굵은 압박이라는 고유의 팀 컬러가 완전히 퇴색되었다는 점이다.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젊은 스타들은 압박감이 심한 월드컵 토너먼트 무대에서 전혀 중심을 잡지 못했고, 수비진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낙엽처럼 흔들렸다.

과거의 독일은 경기력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어떻게든 승리를 짜내던 이기는 법을 아는 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독일은 경기력이 나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경기력이 좋아도 결정력 부족이나 불운으로 스스로 자멸하는 지는 법이 익숙한 팀이 됐다.

독일 축구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독일축구연맹 인스타그램에서 한 독일 팬은 “이전과 다름없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주더니 결국 늘 그렇듯 처참하게 패배했다”라며 전혀 발전이 없는 대표팀의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또 다른 팬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 축구가 이렇게까지 사람의 마음을 찢어놓을 수 있는지 몰랐다”라며 연속된 잔혹사에 깊은 좌절감을 표출했다.

특히 승부차기 막판 실축으로 침몰의 원인이 된 수비수를 향해 “왜 하필 발데마르 안톤이 아니라 요나탄 타였나. 감독의 선택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높았다.

성난 여론은 “이것은 전차군단의 명백한 수치이자 완전히 망신창이가 된 재앙”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축구팬은 “독일 대표팀 축하한다! 드디어 고국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구나”라며 조기 귀국길에 오른 선수단을 향해 뼈아픈 조소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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