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고 자진 사퇴?” 정몽규 회장, 한국 축구에 상처만 남기고 떠난다 [한국 축구 치욕의 날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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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회장 / 사진=DB |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이 지경이 될 줄 알고 사퇴 타이밍을 잡은 것일까.
지난 12일(한국시각) 개막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48강 조별리그 일정이 28일 종료됐다.
이번 대회부터 본선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가운데, A조에 편성된 한국은 조 1, 2위를 차지하거나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8개 팀 안에 들면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승2패(승점 3, -1)로 A조 3위에 그쳤고, 각 조 3위 중 상위 8개 팀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며 조별리그를 끝으로 짐을 싸게 됐다.
치욕적인 결과다.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등 핵심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2회 연속 16강 진출, 첫 원정 8강 진출에 도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체코와의 1차전 외에는 졸전을 거듭했다. 멕시코전에서는 지나치게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다가 한 번의 실수가 패배가 이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한국 월드컵 역사상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친 끝에 무릎을 꿇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붙들고 있던 경우의 수마저 한국 축구를 외면하면서, 홍명보호는 48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지난 4년이 한국 축구의 치욕을 만들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는 올바른 절차를 통해 능력이 있는 감독(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하고, 4년 간 흔들림 없는 지원을 해주면 원하는 결과(16강 진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의 지난 4년은 이러한 배움을 깡그리 무시했다. 정몽규 회장은 벤투 감독의 후임을 선임할 때 감독 추천 권한이 있는 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독단적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추천했다. 옳지 못한 절차를 통해 능력 없는 인물이 감독이 된 것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황금세대라 불렸던 한국 축구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고, 대표팀 내에서는 갈등이 벌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뒤 경질됐지만, 한국 축구는 1년이 넘는 시간을 허송세월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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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회장 / 사진=DB |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의 행보도 무책임했다. 회장 다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인물(이임생 기술이사)이 감독 후보를 추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감독에 선임된 인물은 홍명보 감독이었고, 오늘의 결과가 나왔다.
이후에도 정몽규 회장은 비겁한 행보를 이어갔다. 국회에 불려나가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 놓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징계 요구에 대해서는 법적 다툼을 통해 시간을 끌었다. 이 와중에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다시 출마해 4선을 하는 욕심까지 부렸다.
이러한 시간 동안 한국 축구는 병들어 갔다. 팬들은 더 이상 한국 축구를 응원하지 않았고, 응원 받지 못한 대표팀은 흔들렸다. 늘 가득 들어차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절반 가량의 관중만이 자리를 채웠다. 월드컵 직전까지도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응원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몽규 회장은 월드컵 직전에서야 월드컵 종료 후 물러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역시 문체부 징계 요구와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를 우려한 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거짓말을 해왔던 정몽규 회장이지만 설마 사퇴에 대한 이야기마저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이 한국 축구에 남긴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어느 때보다 깊고 심한 상처다. 앞으로 이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떠나는 사람을 향해서는 악담은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지만, 한국 축구를 망치고 떠나는 정몽규 회장을 생각하면 돌이라도 던지고 싶은 것이 축구팬들의 심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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