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 중인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스크린 밖으로 번지고 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 당시 수사 결과와는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 전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역사왜곡이라고 반발한 데 이어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개봉 나흘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선 영화가 흥행과 논란을 동시에 끌어안은 셈이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벌어진 육 여사 피격 사건에서 출발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제작진은 당시 기록과 사건을 둘러싼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해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에 대해 당시 특별수사본부가 내놓은 결론과 영화의 전개에는 차이가 있다. 수사 당국은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영화에서는 사건을 바라보는 범위를 더 넓혔다.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공범이 존재했을 가능성과 권력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 등을 암시했다. 바로 이 부분을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를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라며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다른 사례를 들어 영화의 표현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반문한 뒤 사자 명예훼손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나 의원은 해당 영화를 두고 “정권의 방조 아래 자행되는 노골적인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밖에서도 공개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암살자들’은 불편하다”라며 “아직 유족도 살아있는데 억지 음모론으로 인구 절반이 존경 내지 인정하는 고인을 모독하는 게 옳은가”라고 밝혔다.
덧붙여 홍혜걸은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쉽다”라며 “자기 진영엔 절대 허용되지 않을 각본도 반대 진영으로 오면 예술이 추구하는 허구라며 찬양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작품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동안 극장에서는 관객이 몰렸다.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나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이어갔다.
결국 ‘암살자(들)’은 추석 극장가 흥행작이라는 성적표와 역사왜곡을 둘러싼 논쟁을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영화가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공범과 권력기관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 인사들과 홍혜걸의 공개 비판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의 범위도 영화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대됐다. 관객 100만 명을 빠르게 돌파한 가운데 작품을 둘러싼 논쟁 역시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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