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장례 첫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주로서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전 총리의 빈소에서 유 전 장관은 조용히 상주석에 앉아 조문객 한 명 한 명을 눈물로 맞이하며 고인을 배웅했다. 상주 역할을 맡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짧게 “상주여서 상주를 하게 됐다”라며 “더는 답변드리지 않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날 빈소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공식 장례는 기관·사회장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상임장례위원장 등 별도 직함을 가진 인사들과 달리 유 전 장관은 어떤 직함도 없이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김부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헌화를 할 때부터 유 전 장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장례식장 내내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유 전 장관과 고인은 1980년대 학생운동 시절부터 함께한 정치적 동지였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이 전 총리는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회장을, 유 전 장관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을 맡으며 학생운동의 전면에 함께 섰다.
이 전 총리가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유 전 장관은 그의 보좌관으로 국회 정치 실무를 경험했다. 이후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한번 중심인물로 함께했다.
참여정부 시절 이 전 총리는 ‘실세 총리’로 불릴 만큼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유 전 장관은 개혁 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활약했다. 두 사람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개혁 과제에서 정치적 궤를 같이하며 당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2018년 이해찬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하자, 후임으로 유 전 장관을 직접 지명했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이임식에서 “유 작가는 2002년 선거부터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재단을 유 작가에게 넘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처음에는 이사장직을 고사했지만, 이 전 총리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이를 수락했다.
이 전 총리는 이임식 말미에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인데 무거운 자리를 맡겨 미안하다”라면서도 “중요한 일을 보람차게 해낼 것이라 믿는다”라며 유 전 장관에게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공식적인 활동은 줄었지만, 사적으로는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장례식에서 유 전 장관이 상주로 나선 모습은 단순한 조문 이상의 의미로 해석된다. 공식 직함 없이 조용히 빈소를 지킨 그는 고인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후계자였고 그만큼 이 전 총리와의 인연이 깊었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고인의 정치 인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함께한 유 전 장관의 눈물은 정치적 명분이나 역할 이상의 진심 어린 이별의 표현이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