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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문법’ 뭉개고 버티는 김병기 : 국정원 출신의 직선적 성격 발현일까, ‘뇌관’ 감춘 사람의 당 위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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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과 가족 관련 각종 비위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김병기 의원이 당 안팎의 자진 탈당 권유를 거부하고 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는 결기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의 ‘여의도 문법’은 완전히 뭉개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 출신이라 불리할 때 물러서 후일을 도모하는 정치인의 유연함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제명 징계가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13일 김 전 원내대표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가 수용하지 않고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의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1월 말 쯤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심 청구를 받은 윤리심판원은 재심 일정을 다시 잡아 회의을 열고 그 결과가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된 뒤 의원총회까지 거쳐야 한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김 전 원내대표 제명과 관련해 재심의 회의를 오는 29일 열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14일 국회 언론브리핑에서 “당규상 60일 이내에 윤리심판원이 재심 결정을 하게 돼 있지만 현재 국민 눈높이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당 지도부는 이보다는 좀 더 신속한 결론이 나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절차가 최대한 빨리 진행된다면 1월 말 안에 (김 전 원내대표 징계에 대한) 절차적 결정까지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비상징계권을 발동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부 대결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던 김 전 원내대표를 정 대표 자신이 나서 당에서 내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김 전 원내대표의 방어 권리도 당규가 보장하는 만큼 정청래 대표의 비상징계권이 발동되는 상황은 없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과 별개로 김 전 원내대표가 이렇게까지 버티는 상황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정치적 도의가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렇게 버티는 이유를 두고 여러 진단이 나온다.

우선 김 전 원내대표는 자진 탈당을 하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재심 신청 등을 통해 시간을 벌면 의혹을 해명해 나갈 수 있다고 바라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제기된 의혹 중 하나라도 법적 책임이 있을 시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김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하기 전에도 사무부총장 등 요직을 거치며 핵심 실무를 담당해 왔다. 자신이 이렇게 당을 위해 헌신했기에 현재의 압박을 ‘토사구팽’으로 느낄 가능성도 크다. 동시에 당내 요직에 있는 동안 파악한 정보와 특유의 정보 관리로, 당을 당혹하게 할 수 있는 ‘뇌관’을 품고 당과 드잡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를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를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그의 행보를 두고 당 안팎의 여론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15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자기가 한 짓은 생각 안 하고 (민주당) 대부분 의원들이 자진 탈당을 해서 당신 말대로 그렇게 무죄를 증명하고 오면 다시 복당하면 될 거 아니냐라고 바라는데 혼자 뭐가 두려워서 저러는지”라고 비판했다.

김 전 원내대표의 버티기를 두고 국정원 출신으로 직선적인 성격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불리할 때 물러나 후일을 도모하는 유연함과 달리 난관을 돌파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1961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경희대를 졸업했다.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채용된 이래 2013년까지 26년 간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1998년 안기부 소속으로 김대중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고 2003년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TF에도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핍박도 당했다. 

2013년 부이사관으로 국정원을 퇴직한 뒤 2016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의해 정치권에 영입됐다. 같은 해 열린 제 20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갑에 전략공천돼 여의도에 입성했다. 21대, 22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돼 3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이재명 당대표 시절 수석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 

김대철 기자 / dc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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