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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와 함께 강연 투어 나선 여성 ‘찬사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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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함께 선 TED 무대”… 성폭행 피해자와 범인의 동반 강연이 부른 글로벌 논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성폭행 가해자와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같은 무대에 올라 용서와 책임에 관해 강연을 펼친 한 여성의 실화가 전 세계 대중과 인권 단체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연의 주인공은 아이슬란드의 여성운동가이자 작가인 소르디스 엘바(Þórdís Elva)다. 엘바는 16세이던 1996년, 당시 교환학생으로 아이슬란드에 머물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청소년 톰 스트레인저(Tom Stranger)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사건 이후 수년간 극심한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엘바는 침묵 속에 고통받는 대신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시점부터 가해자인 스트레인저에게 먼저 이메일을 보내 연락을 취했고, 두 사람은 이후 8년에 걸쳐 수십 통의 편지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과거의 범죄 행위와 이에 대한 책임,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에 대해 깊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장기간의 소통 과정은 2016년 두 사람이 공동 집필한 회고록 ‘사우스 오브 포기브니스(South of Forgiveness)’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책 출간과 함께 인세 수입의 일부를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보호시설과 쉼터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욱 파격적인 행보는 2017년 글로벌 지식 공유 플랫폼 TED 강연 무대였다. 엘바와 스트레인저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 ‘성폭행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Our story of rape and reconciliation)’이라는 주제로 20분간 공동 강연을 진행한 것이다.

무대 위에서 엘바는 피해자가 겪는 수치심과 트라우마의 해소 과정을 담담히 설명했고, 가해자인 스트레인저 역시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명백한 범죄이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성폭행이었음을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해당 강연 영상은 공개 직후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시도를 두고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찬성 측에서는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자를 마주함으로써 트라우마를 극복한 위대한 용기의 표상”이자 “가해자에게 구체적인 책임을 묻고 진정한 사과를 이끌어낸 치유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의 모범 사례”라는 찬사를 보냈다.

반면 여성 권익 단체와 수많은 해외 누리꾼들의 매서운 비판도 쏟아졌다. 반대 측은 “TED라는 글로벌 대형 무대를 통해 성폭행범에게 공식적인 발언권과 유명세를 부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미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다수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적반하장이나 2차 가해로 고통받는 현실에서, 이러한 특수한 화해 서사가 자칫 다른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는 부당한 압박이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다”라는 서늘한 우려가 제기됐다.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공적 서사 부여 사이에서 팽배하게 대립한 이번 사례는, 성범죄 이후의 화해와 용서가 지닌 복잡한 법적·윤리적 한계를 드러내며 전 세계에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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