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 BMW 7시리즈 차량에 다연장 로켓 장착
이미 BMW 6시리즈 컨버터블에 중기관총 장착한 바 있어
물자 부족한 상황 속 창의력 돋보이는 아이디어
어릴 적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타는 차량은 무언가 달랐다. 기관총이 달려 있었고, 버튼 하나로 로켓을 쏘아 올렸으며, 필요하다면 하늘을 날거나 바닷속으로 잠수하기도 했다. 그런 차들은 언제나 “영화니까 가능한 설정”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현실이 되었다. 차량에 로켓을 달아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트럭이나 장갑차에 무기를 장착한 모습은 전쟁사에서 낯설지 않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선택한 ‘차량의 종류’다.
우크라이나는 ‘야만적이고 거친 차량’에 로켓을 다는 것은 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택한 것은 세련되고 빠르며, 원래라면 VIP를 태웠을 법한 독일제 4인승 세단이었다.
럭셔리 세단과 로켓의 조합
바흐무트 인근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BMW E38 7시리즈에 다연발 로켓 시스템(MLRS)을 장착했다. 이 발상은 장비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제114 지역방위 여단은 기존 군용 장비 대신, 민간 차량을 개조해 적진에 로켓을 퍼붓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개조를 수행한 인물은 우크라이나 남부 출신 전투원 세르게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BMW 7시리즈 차체와 서스펜션을 보강했고, 트렁크 부분에 로켓 발사대를 설치했다. 사용된 무기는 러시아제 BM-21, 일명 ‘그라드’를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BM-21은 1960년대 소련에서 개발된 122mm 다연장 로켓포 시스템으로, 대량 화력 투사에 특화된 무기다.
운용 방식은 단순하지만 위험하다. 발사 지점이 정해지면 발사대 프레임의 지지 다리를 펼쳐 차량을 고정시키고, 로켓을 발사한 뒤 즉시 현장을 이탈한다. BMW 7시리즈는 장갑차가 아니다. 포탄이나 총알을 막아줄 보호 수단은 전혀 없다. 대신 탱크보다 훨씬 가볍고, 훨씬 빠르다. 로켓을 쏘고 역공이 오기 전에 사라지는 ‘히트 앤 런’ 방식이 가능하다.

한편, 해당 차량이 지난 2023년 말에도 사용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23년 말, 실제로 비슷한 차량이 목격된 바 있는데, 해당 차량과 동일 차량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이와 같은 개조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관총을 태운 오픈카
이런 사례는 BMW 7시리즈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BMW 6시리즈 컨버터블에 기관총 포탑을 장착해 경찰차로 운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해당 차량에는 소련제 중기관총인 니키틴-소콜로프-볼코프(NSV) 12.7 x 108mm가 탑재되었다. 이 무기는 1971년부터 사용된 중화기로, 분당 700~800발의 탄환을 쏟아낸다.

이 차량은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시 경찰에 기증되었다. 미콜라이우는 전략적 요충지인 오데사 항구와 인접한 지역으로, 전쟁 초기부터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폭격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주민 약 50만 명이 피난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민간 차량에 군용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모습은 분쟁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이러한 차량들을 일컫는 ‘테크니컬’이라는 용어까지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픽업트럭의 적재함에 기관총이나 대공포를 얹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BMW 7시리즈 세단이나 6시리즈 컨버터블에 이런 무기가 장착된 모습은, 인류 전쟁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남의 일이 아닌 전장의 풍경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종전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지만, 러시아의 요구를 우크라이나가 거절하며 협상은 다시 멀어졌다.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그 사이 우크라이나가 감당해야 할 피해는 계속 쌓이고 있다.

러시아는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폭격을 이어가고 있고,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끌어오고 있다. 민간 차량에 로켓과 기관총을 얹는 ‘BMW 테크니컬’ 역시 그런 선택지 중 하나다. 평범한 세단이 전장의 무기가 되는 장면은,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모습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있다. 대한민국 역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분단국가다. 전쟁이 다시 벌어진다면,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아반떼나 테슬라, BMW가 전장에 투입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먼 나라의 뉴스가 아니라, 우리 또한 지켜봐야 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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