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기어 미국 올해의 픽업 리비안 R1T Quad 선정
1,025마력, 162.4kg 토크, 제로백 2.5초의 괴물
괴물 길들이는 소프트웨어가 선정에 결정적 역할
더 이상 미국에서 대배기량 엔진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포드는 성과를 떠나 전기차 개발에 모든 화력을 쏟고 있고, 테슬라는 연신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다. 세계적으로는 엔진을 더욱 작게 만드는 추세이고, 엔진 설계보다 모터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내연기관에 조금씩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그 내연기관은 야만스러운 V8이 아닌, 귀엽고 깜찍한 경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큰 엔진보다는 작은 엔진, 더 나아가 엔진이 없는 전기차가 추세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하지만 ‘가장 미국스러운 차’ 분야마저 전기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버리면 어딘지 모르게 섭섭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바로 탑기어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픽업트럭 자리에 리비안 R1T Quad가 올라선 것이다.
전기 픽업이 ‘미국 최고’가 된 날
제1회 ‘탑기어 미국 자동차 어워드’에서 리비안 R1T Quad가 픽업트럭 부문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이 어워드는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 시장에 출시된 신차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탑기어는 “미국 독자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기존 글로벌 어워드만으로는 미국 소비자의 입맛을 반영하기 어렵다”라며 미국 어워드 신설의 이유를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후보군부터 이미 시대의 변화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포드 매버릭 로보, GMC 시에라 EV, 리비안 R1T Quad 세 모델 중 순수한 대배기량 엔진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시에라는 이름 그대로 전기차이고, 매버릭 로보가 탑재한 2.0 에코부스트 역시 ‘작아진 엔진’의 대표적인 예다.
그 가운데 최종 우승을 차지한 R1T Quad는 말 그대로 4개의 모터를 지닌 ‘괴물’이다. 4개의 모터가 내뿜는 1,025마력, 165.6 kgf·m의 힘은 제로백 2.5초라는 수치를 만들어낸다. 차량의 덩치를 생각하면 믿기 힘든 수치이다. 거기에 4개 모터를 지닌 전기차들이 그렇듯, 각 모터가 각각의 바퀴를 제어한다.

하지만 탑기어가 이 차를 최고로 뽑은 이유는 단순히 이런 강력한 출력 때문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 차가 선정된 이유는 바로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그 강력한 힘을 완전히 길들이고 끌어내는 차량의 소프트웨어, 리비안 RAD Tuner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
괴물을 품격 있는 신사로 바꿔놓는 기술
리비안 RAD Tuner는 운전자가 차량을 완전히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운전자는 해당 기능을 통해 주행에 관련된 다양한 설정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경할 수 있다. 가속력, 회생제동 강도, 브레이크 어시스트, 오프로드 스티어링 어시스트, 차고 조절, 휠 슬립 허용치, 토크 배분, 서스펜션 댐핑, 좌우 롤 허용량까지 차량의 핵심 요소 대부분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R1T Quad를 회생 제동에 집중하는 얌전한 신사로 만들 수도 있고, 훌리건처럼 드리프트를 하게 할 수도 있다. 또 고출력 트럭다운 암벽 등반에 랠리까지 다양한 환경에 맞춰 차량을 커스텀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을 잘 모르는 소비자를 위해 미리 설정된 모드들 또한 지원한다.

이러한 차량의 컨트롤 소프트웨어와 강력한 파워를 기반으로 한 ‘킥 턴’ 기능 또한 주요 선정 요인이 되었다. Quad 모델만 사용 가능한 이 기능은 일종의 토크 벡터링(각 바퀴의 다른 토크를 전달하는 기능) 기술이다. 이 기능은 오프로드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좁은 협곡을 빠져나가는 데에 유용하다. 또 각 바퀴에 전달되는 동력과 접지력을 정밀하게 제어하여 더욱 날카로운 회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좌회전 시 안쪽(왼쪽) 바퀴의 속력을 낮춰 바깥쪽 바퀴에 더 큰 힘을 전달하면, 차량은 더 작은 각도에서 코너를 파고든다. 얼핏 보면 드리프트와 비슷하지만, 드리프트와 가장 다른 점은 저속에서도 기능한다는 것이다. 드리프트는 후륜에 강한 토크를 전달하며 일시적으로 후륜의 접지력을 잃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높은 속도가 필요하고, 이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1T QUAD는 같은 움직임을 저속에서 안전하게 구현하였다. 심지어 이 기능을 통해 반대쪽 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굴릴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신호탄
우리는 이미 ‘전기의 시대’에 들어와 있다. 과거처럼 복잡하고 무거운 디퍼렌셜 부품을 넣어 바퀴의 회전 차이를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이제는 모터가 네 바퀴를 따로 굴리고, 전자식 제어가 토크를 배분하며,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성격을 다시 쓰는 시대다.

R1T Quad는 이 흐름을 가장 미국적인 차량으로 증명한 모델이다. 대배기량 엔진이 뿜어내주던 것과 비슷한 ‘강력한 파워’에 소프트웨어를 통한 최신의 ‘혁신’을 결합했다. 그 결과가 바로 ‘미국 최고의 픽업트럭’이라는 타이틀이다.
마음 한편에서는 다시 대배기량 엔진이 돌아와 전기 트럭들을 무찌르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전기차들이 보여주는 혁신적인 기술들은 또한 외면하기 어려운 강렬한 매력을 지녔다. 이에 다음에는 전기차 기업들이 또 어떤 ‘마법’ 같은 기능을 보여줄지 자연스레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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