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000km가 기본” 국산 전기차 주행거리가 낮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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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증 주행 거리 다르다
나라별 기준에 따라 주행거리 천차만별
국가별 인증 기준 이해 필요
중국 전기차의 주행거리 수치가 요즘 유난히 화제가 되고 있다. 연일 “1,000km 전기차 등장” 같은 제목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이런 의문을 갖는다. 왜 중국 전기차들은 저렇게 멀리 가는데 우리나라 전기차들은 그만큼 못 가는 걸까. 얼핏 보면 기술력 격차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질문의 출발점부터가 조금 잘못되어 있다.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양왕 U9은 490km/h를 기록하고, U8은 물 위를 달린다. 하지만 유독 ‘주행거리’ 수치에서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각 나라가 사용하는 주행거리 인증 기준 자체가 서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모르면 속는다. 국가별 인증 방식 차이
이쯤 되면 예상할 수 있다시피 , 중국의 전기차 주행거리 수치가 특히 길게 보이는 이유는 중국의 CLTC 인증 방식이 가장 느슨한 조건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CLTC가 ‘가짜 주행 가능 거리’를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 실사용 환경에서는 그것이 ‘진짜 거리’일 수 있다. 문제는 국가마다 실제 도로 환경이 다르고, 각 정부가 자신의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인증을 수행한다는 데 있다.

중국의 CLTC는 저속/중속/고속으로 나눠 14.5km를 주행하는 테스트 방식을 갖고 있다. 최고 속도는 115km/h로 주행한다. 특징은 느슨한 조건으로 인하여 주행거리가 길게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논란거리가 하나 더해진다. 중국의 CLTC가 유럽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를 이름만 바꿔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유럽의 NEDC는 90년대 차량의 연료 소비량 및 배기가스 배출량을 확인하기 위해 도입된 시험 절차이다. NEDC 시험에서는 도시와 교외, 고속도로 주행을 포함하여 다양한 주행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당시에는 전 세계의 표준처럼 사용됐지만, 자동차 산업의 빠른 발전으로 현재 도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되었다. 이에 결국 유럽은 신규 인증 체계인 WLTP를 도입했다.

WLTP 또한 자동차의 연료 소비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 등을 측정하는 국제 표준 시험 방식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사용이 시작된 이후로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 해외 제조사의 차량들은 해당 방식을 기준으로 주행 거리를 공표한다.
가장 가혹한 기준 ‘환경부 인증’
미국은 EPA 인증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한다. EPA는 미국 환경보호국으로, 전기차 주행거리 테스트 역시 이 기관이 담당한다. EPA 방식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출퇴근 환경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내 구간과 고속 구간을 번갈아 주행해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테스트를 진행한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이 실험실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냉난방 효율 저하나 배터리 상태와 같은 현실적인 손실을 반영하기 위해 최종 수치에 0.7을 곱해 발표한다. 이쯤 되면 꽤 가혹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국내 환경부 인증은 이보다 더 엄격하다.
환경부 인증이 더 가혹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 기후 조건 자체가 전기차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배터리 성능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배터리는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특히 추위에 약하다. 한국의 겨울은 서울 기준으로 모스크바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혹독해, 배터리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인구 밀집도가 높은 국내 사정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도로는 상습적으로 혼잡하며, 이런 정체 구간에서는 잦은 감속과 가속이 반복된다. 감속 시 회생제동으로 충전되는 배터리와 가속 시 소비되는 배터리가 뒤섞이면서, 환경부는 이 모든 변수를 고려해 더 보수적인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인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혹독한 겨울 기후와 높은 인구 밀집도 등 복합적인 요인이 국내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를 더욱 낮게 만드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평균적으로 WLTP 기준보다 20~30% 낮게 나온다.
수치보다 중요한 건 ‘우리 도로에서 얼마나 가는가’
결국 중국차의 스펙이 유독 화려해 보였던 건, 국가별 인증 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BYD 씨라이언7의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398km이지만, CLTC 기준으로 측정하면 550~610km가 나온다. 동일 차량임에도 수치가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차 주행거리는 ‘어떤 나라의 기준으로 인증했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숫자가 된다. 결국 소비자가 진짜로 참고해야 할 정보는 화려한 스펙보다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실 주행거리다.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의 도로 환경은 전혀 다르고 그 차이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국가별 인증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뒤에 숨은 기준과 환경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일명 ‘뻥스펙’ 에 속아 지갑을 여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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