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드 타이어로 인한 도로 파손 비용 문제 심각
기술 향상으로 스터드 타이어 필요성 의문 제기
‘블랙 아이스’ 대비와 ‘일상 안전 보호’의 균형점은?
겨울철 안전 운전의 핵심인 타이어 정책을 두고 미국 워싱턴 주 정부와 운전자들 사이에 심각한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주는 빙판길에서 강력한 접지력을 제공하는 스터드 타이어(금속 징이 박힌 타이어)로 인해 막대한 도로 파손 비용에 시달리고 있으며, 결국 스터드 타이어의 전면 금지 법안까지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속 스터드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 도로를 마모시켜 발생하는 노면 요철(rutting) 피해는 매년 주 소유 도로에서만 2천만 달러에서 2천9백만 달러(한화 약 3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 정부는 이러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노면에 파인 요철이 비가 올 때 수막 현상(hydroplaning)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안전 문제까지 유발한다는 이유로 스터드 타이어 규제를 넘어선 완전 금지를 목표하고 있다.
막대한 도로 파손 비용과 규제 강화 움직임

워싱턴주 교통부(WSDOT)가 스터드 타이어 규제를 강화하는 주된 이유는 안전 문제가 아닌, 환경 및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매년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도로 보수 비용은 납세자의 부담으로 직결되며, 도로 마모는 먼지 발생 같은 환경/건강 문제도 유발한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워싱턴주는 수십 년간 스터드 타이어 사용을 매년 1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만 허용해 왔으나, 도로 피해가 지속되자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 과거 2019년에는 판매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고 2025년 7월 1일부터는 공공 도로에서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HB1309)이 발의되기도 했다. 비록 통과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워싱턴주 교통위원회(WSTC)는 다시금 의회에 스터드 타이어 판매 수수료를 50달러로 인상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등 완전 금지를 목표로 지속적인 입법적 조치를 시도하고 있다.
최신 스터드리스 기술, 스터드 타이어의 대안이 될까?

워싱턴주 정부가 스터드 타이어 규제 강화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최신 스터드리스(studless) 겨울용 타이어 기술의 발전이다. 과거에는 스터드 타이어가 빙판길에서 가장 안전한 옵션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주 정부 측은 스터드리스 타이어가 특수 고무 컴파운드와 수천 개의 미세한 절개선(sipes)을 활용하여 얼음 표면의 얇은 수막을 제거하고 노면을 흡착하듯 잡아주기 때문에, 빙판 및 눈길에서 스터드 타이어에 버금가거나 특정 조건에서는 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워싱턴주 대부분의 겨울철 주행 조건인 마른 노면이나 젖은 노면에서는 오히려 스터드 타이어가 제동 거리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스터드가 고무와 도로 사이에서 방해물 역할을 하여 고무 접지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결국, 주 정부는 스터드 타이어가 이점을 제공하는 조건은 ‘어는점 근처의 매끄러운 얼음’과 같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 불과하며, 도로 손상을 감수할 만큼의 안전성 이점은 미미해졌다고 판단한다.
블랙 아이스 vs 공공 인프라, 해답 없는 딜레마

그러나 스터드 타이어 사용을 지지하는 이들은 주 정부의 주장에 반박하며 ‘블랙 아이스’ 위험을 내세운다. 블랙 아이스는 운전자가 얼음을 육안으로 인지하기 어렵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겨울철 최악의 위험 요소이다.
이러한 극한의 빙판길 조건에서 금속 스터드가 얼음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만드는 물리적인 마찰력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어도 스터드리스 타이어의 화학적 흡착 방식이 완전히 따라잡기 어렵다. 즉, 스터드 타이어 옹호론자들은 도로 파손 비용이 아무리 막대할지라도, 겨울철 언제든 예고 없이 만날 수 있는 블랙 아이스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안전장치는 여전히 스터드 타이어뿐이라는 관점을 고수한다.

결국 이 문제는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안전 확보”와 “전반적인 안전과 공공 인프라 보호” 사이의 균형점에서 발생하는 논쟁이라고 볼 수 있다. 주 정부는 스터드리스 타이어로 충분히 대비 가능하다고 보고 금지를 추진하는 반면, 운전자들은 ‘단 하나의 치명적인 순간’을 막기 위해 스터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워싱턴주 정부와 운전자들 사이의 스터드 타이어 논쟁은 단순히 도로 파손 비용을 넘어선 공공 정책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보여준다. 정부가 도로 피해와 환경 오염 문제, 그리고 일반 노면에서의 제동 성능 저하 등을 이유로 스터드 타이어를 퇴출하려 하지만, 블랙 아이스라는 예측 불가능한 치명적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한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터드리스 타이어 기술의 완벽한 발전이 필수적이며, 그전까지는 블랙 아이스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에만 스터드 타이어 사용을 허용하고, 통행량이 많은 구간에 염화물 살포와 같은 직접적인 안전 대책을 강화하되 그로 인한 환경 및 차량 부식 피해를 최소화하는 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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