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5억 5천?” 세계 유일 12기통 슈퍼 럭셔리 SUV, 돈 값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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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첫 4도어 SUV, 슈퍼카 감성을 담아내다
6.5리터 자연흡기 V12, 마지막 엔진이 낸 울부짖음
모터 레이싱의 상징성, 그게 바로 푸로산게의 존재 이유
“SUV가 아니라 GT다.” 페라리는 자사의 첫 4도어 모델 ‘푸로산게(Purosangue)’를 그렇게 소개했다. 하지만 세상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상고가 높고, 넓은 차체에 4개의 문을 단 페라리를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페라리의 첫 SUV.”

기본형 가격만 5억 5천만 원부터 시작한다. ‘깡통이 이 정도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비싸다고 끝낼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6.5리터 자연흡기 V12 엔진, 최고출력 725마력, 제로백 3.3초. 이 수치는 분명 슈퍼카의 영역이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춰 눈길에서도 12기통의 포효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푸로산게는 ‘성능 좋은 SUV’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전동화 시대에 멸종 직전인 V12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한 존재이자, 페라리의 정체성을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낸 모델이다. 페라리가 SUV 시장에 타협 없이 뛰어들었다는 선언문 같은 차다.
“슈퍼카의 심장을 품은 4도어, 차체가 숨을 쉬고 문이 말을 건다”

푸로산게의 심장은 6.5리터 자연흡기 V12 엔진이다. 최고출력 725마력, 최대토크 73.0kg·m, 9000rpm까지 치솟는 회전수. 그리고 어떤 터보도 끼어들지 않은 순수한 흡기음. 런치컨트롤을 작동시키면 차체가 스스로 낮아지며, 마치 시작 전 숨을 고르는 맹수처럼 긴장감을 만든다.
외관 디자인은 전통과 혁신의 조합이다. 낮게 깔린 후드와 쿠페형 루프 라인,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역방향으로 열리는 ‘코치도어’다. 뒤로 열리는 문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탑승자의 출입을 돕는 동시에, 문을 여는 순간 공간 전체가 ‘무대처럼’ 연출된다. 페라리의 미학은 디테일이 아니라 ‘드라마’에 있다.

실내는 화려함의 극치다. 카본과 최고급 가죽, 알칸타라가 어우러져 ‘이게 SUV 맞나’ 싶은 감성을 자아낸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완전히 대칭 구조로 설계돼, 조수석에서도 페라리의 ‘드라이빙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식 인터페이스와 카플레이 오류, 복잡한 조작계는 여전히 지적받는 부분이다.
주행감각은 SUV라기보다 GT에 가깝다. 노면 반응은 민첩하고, 코너에서는 차체가 믿기 힘들 만큼 안정적이다. 하지만 거대한 차체와 높은 무게 중심 탓에, 극한 상황에서 조향 응답성이 살짝 무뎌진다는 평도 있다. 결국 이 차는 코너링보다 ‘질주하는 존재감’에 초점을 맞췄다.
뒷좌석은 제한적이다. 4인승 구조로 설계돼 성인 두 명이 앉기엔 충분하지만, 공간은 여유롭지 않다. 트렁크 용량 역시 실용 SUV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푸로산게는 ‘가족용’이 아니라 소유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차, 즉 상징을 사는 모델로 평가된다.
“SUV의 탈을 쓴 예술품, 시대를 거스른 12기통의 고집”

푸로산게는 논쟁적이다. SUV도, GT도, 완벽한 실용차도 아니다. 그러나 페라리는 처음부터 그걸 노렸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방식으로 ‘4도어 페라리’를 완성했다. 결과물은 상징과 철학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차다.
5억 5천만 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금액은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12기통이 살아 있던 시대를 직접 소유하는 값’이다. 언젠가 전기 모터가 세상을 지배할 때, 푸로산게는 내연기관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존재로 기억될 것이다.
푸로산게는 시작가격이 5억 5천만 원이지만, 그 숫자마저 페라리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들은 여전히 엔진의 울림으로 예술을 만들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기계의 낭만’을 지켜내는 몇 안 되는 브랜드다. 푸로산게는 그 철학이 남긴 가장 순수한 형태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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