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성장세, 글로벌 전장 판도 흔들려
벤츠·삼성 수장 회동, 협력 가속 예고
차량용 전장 동맹, 한국서 본격 시동
메르세데스-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의 전격 방한이 재계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갖는 일정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전장 시장을 둘러싼 핵심 기술 협력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만남의 배경에는 최근 급변한 하만의 실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만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실패한 인수’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2017년 이재용 회장이 9조 원 넘게 투입해 직접 인수를 주도했지만 초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을 기점으로 하만은 완전히 달라졌다.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미운 오리’에서 ‘효자 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시장에서 재평가되는 순간이다.
이 흐름 속에서 벤츠 회장의 방한은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만은 벤츠 EQS에 적용된 차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급 중인 핵심 파트너사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단순 의례적 만남이 아니라 글로벌 전장 협력의 실질적 속도를 높이는 계기”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만 성공이 불러온 전장 협력의 재정렬

하만의 실적 반등은 전장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2023년 3분기 영업이익 45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고, 영업이익률도 11%까지 상승했다. 카오디오·포터블 오디오 수요 증가와 인수 비용 반영 종료가 맞물려 체력이 탄탄해진 것이다. 이는 곧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협력 확대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벤츠는 물론, 유럽 주요 브랜드들이 하만의 기술력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벤츠와 삼성의 협력 범위는 이미 넓다. 디지털 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오디오 시스템 등 차세대 전장 요소에서 하만이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MBUX 기반 전장 소프트웨어는 차량의 상품성을 좌우하는 영역으로, 벤츠의 전기차 전략과도 직결된다. 이번 방한에서 이재용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이 이 분야의 추가 협력 방향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LG 그룹과의 연쇄 회동도 같은 흐름에서 해석된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CEO들을 직접 만나 LG의 전장·배터리·센싱 기술 역량을 챙겨봤다. 벤츠가 한국 전장 생태계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LG는 이미 20년 넘게 벤츠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해 왔으며, 배터리·자율주행 카메라 등에서도 존재감이 강해졌다.

삼성의 입장에서 이번 흐름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하만의 실적 반등은 삼성의 전장 포트폴리오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고,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후공정 패키징·로봇 등 인수 후보군 탐색까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사업 확장 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에서는 NXP·인피니온·ST마이크로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장기적 인수 검토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장·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로 이어지는 삼성의 가치사슬이 재정비되는 순간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또한 삼성전자는 80조 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며 대형 M&A를 추진할 여력을 충분히 확보했다. 이는 벤츠와의 전장 협력 논의가 단순 공급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유럽·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율주행·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완성차와 ICT 기업 간 협업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하만이 성공 궤도에 오르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재용 회장이 밀어붙인 전장 투자와 하만 인수의 선제적 판단이 글로벌 파트너십 확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츠 회장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전장 생태계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전장 ‘원팀’이 이끄는 글로벌 협력 시대

이번 방한으로 벤츠·삼성·LG·HS효성까지 이어지는 전장 협력 축이 하나로 묶였다. 완성차와 ICT 기업이 공동으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셈이다. 하만의 성공이 그 변화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무겁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 전략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만 인수를 결정할 당시 논란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판단은 시장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삼성의 전장 사업은 그 결단을 기반으로 글로벌 협력의 중심으로 서고 있다.
벤츠 회장의 방한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전장 산업의 기술력과 삼성·LG의 공급망 안정성, 하만의 성장세가 맞물리며 새로운 전장 동맹의 출발점이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곡점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흐름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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