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줄하락 속 현대차·도요타만 ‘안정적’
친환경차 경쟁력·재무 건전성 인정받으며 A등급 방어
닛산·폭스바겐 등은 잇단 하향…양극화 뚜렷해져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경기 둔화와 무역 불확실성의 파고를 맞고 있다.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락하는 가운데, 유독 현대자동차와 도요타만이 ‘A급’을 굳건히 지켜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 도요타를 A+로 유지하며 두 회사의 경영 상태를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 침체와 미국 관세 여파로 글로벌 제조사들의 신용전망이 일제히 흔들리는 와중에, 이 같은 평가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친환경차 경쟁력을 꼽는다. 내연기관의 쇠퇴 속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소전기차까지 풀라인업을 구축한 두 브랜드가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급 방어 성공한 건 현대차·도요타뿐”

피치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와 도요타는 각각 A-, A+ 등급을 유지하며 신용전망 또한 ‘안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피치는 현대차의 판매지역 다변화, 브랜드 경쟁력, 재무 건전성등을 근거로 들었다. 도요타 역시 고품질 이미지와 글로벌 하이브리드 점유율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다른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은 줄줄이 하향 조정을 맞았다. 닛산은 투자부적격인 BB 등급으로 떨어졌고, 폭스바겐과 혼다는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망이 바뀌었다. 피치는 이들 브랜드의 수익성 악화, 현금흐름 감소, 시장 경쟁 심화를 이유로 들며 향후 2년 내 등급 하락 가능성도 열어뒀다.
특히 폭스바겐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뼈아프게 작용했다. 혼다는 오토바이 부문이 건재하지만 자동차 부문의 수익성 저하가 문제로 지적됐다. 결국 A- 이상 등급권에는 아시아 브랜드인 도요타와 현대차만이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친환경차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구축해 각 지역의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왔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완화되자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 통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창호 위원은 “미국의 CAFE(연비 규제) 기준 완화로 하이브리드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도요타의 라인업 다각화가 리스크 방어에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 문용권 위원 역시 “두 브랜드 모두 고급, 일반, 고성능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친환경차를 보유해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스텔란티스와 포드는 ‘부정적’ 전망을 받았다. 무디스는 스텔란티스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으며, S&P는 포드(BBB-)의 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느리고 유럽·북미 시장에서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친환경 경쟁력이 곧 신용도다

현재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 이상을 유지한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무디스 A3, 스탠더드앤푸어스 A-, 피치 A-로 평가받으며, 전망 역시 세 기관 모두 ‘안정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재무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룹 차원의 전동화 전환과 기술 투자 확대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그룹 내 부품사와의 시너지,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 수소 생태계 구축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기 대응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적 강점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안정적 평가를 받은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신용등급의 격차는 단순한 재무 수치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업계의 ‘신용 하향 도미노’ 속에서도 현대차와 도요타가 A급 생존자로 남은 이유는 명확하다. 친환경차 경쟁력이 곧 신용도인 시대, 두 브랜드의 행보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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