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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현장] “‘제대로’ 된 도서전을 위해”…‘공공성 회복’ 외친 서울제대로도서전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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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열렸다. https://www.instagram.com/p/DYmDXJFGb_4/?img_index=1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열렸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지난 24일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가운데 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며 또 하나의 책 축제가 문을 열었다. ‘제대로 된 도서전’을 만들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행사는 기존 서울국제도서전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온 출판인들이 직접 마련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열렸다. 서국도를 둘러싼 공공성 논란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도서전은 ‘여유 있게, 오래, 가깝게’를 표방하며 총 51개 출판사가 참여했다.

26일 방문한 서울제대로도서전 현장에는 관람객들이 출판사 부스 앞에 머물며 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곳곳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해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국내 최대 책 축제다. 그동안 정부 지원과 출판계의 협력 속에서 성장해 왔지만 2024년부터 정부의 직접 지원 없이 치러지면서 운영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됐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서국도가 오랜 기간 공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문화 행사인 만큼, 특정 법인이나 일부 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도서전 운영을 위해 별도 법인인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을 설립한 뒤 도서전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논란은 올해 참가사 선정 과정에서 다시 확산됐다. 일부 소규모 출판사와 그림책 출판사들이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신청에서 탈락했고 탈락 사유와 선정 기준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참가 기회를 얻지 못했거나 문제의식에 공감한 출판인들이 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준비한 것이다.

26일 오전 서울제대로도서전에서 출판사 직원이 관람객에게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줄 대신 대화로 채워져…‘탈락’이 만든 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에는 대형 도서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줄과 빠른 이동 대신 출판사와 독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람객들은 부스 앞에 서서 책의 제작 배경을 묻고 출판사 관계자들은 책의 기획 의도와 추천 이유를 직접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쉬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된 것 역시 서울국제도서전과 구분되는 지점이었다. 대형 전시장 특유의 복잡함과 혼잡함 대신 현장에는 관람객들이 잠시 앉아 책을 읽거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됐다. 출판사 부스 사이 간격도 비교적 여유로워 관람객들은 책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기보다 출판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며 머무는 모습이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에 참가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5~6년 전부터 계속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해 왔는데 올해에는 탈락했다”며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출판사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림책 출판사와 소규모 출판사 위주로 탈락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은 공공성이 강한 행사임에도 참가 선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투명하게 알기 어려웠다”며 “대기업이나 출판사가 아닌 기관의 부스가 늘어난 상황에서 작은 출판사들이 배제됐다는 점이 부당하다고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서울국제도서전과 형태상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이 하루빨리 시민과 출판계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6일 오전 서울제대로도서전 행사장 옆 쉼터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쾌적함은 합격, 다양성은 숙제…“마지막 도서전이길”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이어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찾았다는 한 관람객은 “서울국제도서전보다 확실히 인원이 적고 쾌적했다”며 “출판사 관계자와 눈을 맞추고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그는 “어린이 도서와 그림책이 중심인 점은 조금 아쉬웠다”며 “소설책을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아 구매보다는 구경 위주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관람객은 “20·30대보다는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은 분위기였다”며 “출판사가 더 다양할 줄 알고 기대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쉬웠지만 대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을 기획한 김향수 그림책향 출판사 대표는 이번 행사의 핵심을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도서전의 목적이 단순히 5일 동안 책을 팔아 수익을 내는 데 있는 것은 아닌 책 문화 생태계를 위한 공적 축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문 출판사가 아닌 곳들이 행사장 중심부를 대거 차지하고 소규모 출판사들이 탈락하는 상황은 책 문화 생태계 차원에서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올해 3월 서울국제도서전 참가사 선정 결과가 발표된 뒤 본격적으로 준비됐다. 출판사 대표들이 직접 기획과 운영을 맡은 만큼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우리는 출판을 하면서 동시에 도서전을 준비해야 했다”며 “우리 출판사의 경우 (행사 준비로) 7~8월에 내야 할 책들이 멈춰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안 열렸으면 좋겠다.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이 회복돼 우리가 더 이상 따로 도서전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에 참가한 한 출판사 부스 모습. ©투데이신문

사고파는 책 넘어, 함께 읽는 책으로

서울제대로도서전은 ‘독자 중심’의 행사에 주안점을 뒀다. 주최 측은 도서전이 출판사 부스와 판매 중심으로만 운영될 경우 책 축제가 아닌 시장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마련하되 독자가 책을 매개로 머물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배치했다.

대표적인 공간은 ‘낭독의 방’이다. 도서전 한켠에 마련된 낭독 공간은 관람객이 쉬어가는 공간이자 현장에서 구입한 책의 한 대목을 직접 읽는 참여형 프로그램의 장으로 운영됐다. 누군가 책을 읽으면 주변의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는 책을 단순히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경험하는 매개로 확장하려는 도서전의 취지를 보여줬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이라는 이름에는 ‘제대로’ 된 도서전이 무엇인지 묻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서울국제도서전의 대체재로 내세우기보다 본래의 공공성을 회복하길 촉구하는 하나의 목소리로 설명했다.

다만 행사 규모와 구성 면에서는 특정 분야의 출판사 비중이 높고 관람층도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함께 나왔다. 노들섬에 마련된 작은 도서전은 서울국제도서전을 둘러싼 출판계 내부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책 축제의 운영 방식과 참여 기회를 둘러싼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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