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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야마 요시유키의 ‘초속 5센티미터’와 원작은 어떻게 공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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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포스터
〈초속 5센티미터〉 포스터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은 30대가 되어서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를 다시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이 되어서 다시 본 작품에서 “주인공 타카키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독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오쿠야마의 실사판 〈초속 5센티미터〉는 순수한 기억을 과거에만 남겨둔, 내면이 나이에 맞게 자라지 못한 어른아이인 타카키의 불안과 회한의 감정을 더 깊게 묘사한다. 그렇게 신카이 마코토가 서른셋에 길어 올린 이야기인 〈초속 5센티미터〉는 서른셋이 된 오쿠야마가 다시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재탄생한다. 세계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두 작품이 공명하는 감각처럼 이어진 두 작품의 주요 부분을 비교해 보았다.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2008년 도쿄, 타카키(마츠무라 호쿠토)는 꿈꾸지 않았던 일을 반복하는 일상에 권태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아카리(타카하타 미츠키)는 일상에서 종종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긴 흔적을 마주한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은 서른이 되는 2009년을 앞두고 1995년 겨울, 그날의 약속을 떠올린다. 1991년 봄, 도쿄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타카키와 아카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파고들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아카리가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둘은 떨어지게 된다. 문자로 연락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추운 겨울 눈보라 치는 밤에 재회한다. 타카키와 아카리는 눈 덮인 벚나무 아래에서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2009년 3월 26일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나눈다. 그러나 시간은 둘의 약속을 조금씩 지워내고, 그리움과 희미한 재회의 기운만 남겨둔다.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운 작화를

미려한 실사 풍경으로 재현하다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일본의 고유한 미학적 감수성 모노노아와레(物のの哀れ, 사물이나 세상의 덧없음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 미학 개념)로 애절한 감정을 끌어낸다. 아카리와 함께하며 행복했던 타카키의 어린 시절은 아름답게 만개했다가 금방 지는 벚꽃처럼 짧게 끝나고, 그리움, 그녀와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기다림만이 그의 삶에 남아 있다. 영화 속에서 흩날리는 벚꽃, 눈은 이러한 모노노아와레를 끌어내는 시각적 모티브로서 존재하며, 언어로 다 건져 올릴 수 없는 마음과 바람에 날아간 타카키의 편지와 같이 전하지 못한 메시지를 상징한다. 벚꽃과 눈의 이미지는 서로의 감정을 명료하게 확인하지 못한 채 점점 그때로부터 멀어지는 시간과 물리적 거리에 의해 멀어지는 마음의 간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초속 5센티미터〉의 벚꽃과 눈은 단순히 영화에 계절감을 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어로 환원할 수 없는 정동과 노스탤지어를 매개한다. 원작에서 절절하게 느껴지는 상실감, 노스탤지어는 인물들의 감정이 눈의 결정처럼 응고된 채 남아 있는 신카이의 작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실사판은 신카이 마코토의 미려한 풍경을 현실의 구체화된 아름다움으로 옮겨오는 데 성공한다. 오쿠야마는 도쿄와 타네가시마 등을 돌며 대부분 로케이션 촬영을 함으로써 일본 각지의 풍경과 사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16mm 필름으로 담아낸 벚꽃잎, 여름 밤하늘, 전선 위의 달, 도심에 내리는 눈, 건널목과 역 승강장의 불빛 이미지는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정취를 표현하며 실사만의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무엇보다 그는 원작의 중요한 시각적 모티브인 벚꽃과 눈의 이미지를 살려내기 위해 각고의 신경을 기울였다. 실제 벚꽃과 눈을 촬영함으로써 생겨난 텍스처는 벚꽃과 눈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물의 감정과 뒤엉킨 물리적 장애물로 만든다. 또 VFX를 활용해 만든 벚꽃이 눈으로 변하는 장면은 이미 시작된 이별을 확인하게 하면서 관객의 감정을 움직인다. 다만 이러한 VFX는 때때로 설명 과잉으로 느껴지게 하며, 원작의 시적 여백을 줄어들게 만들기도 한다.

“타카키는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 거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는 그의 전작인 단편 〈별의 목소리〉(2002)와 같이 세카이계(남녀로 구성된 ‘나와 너’의 일상적인 문제가 구체적인 중간 항 없이 ‘세계의 위기’, ‘이 세상의 마지막’이라는 비일상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작품군)의 계보를 잇는다. 원작에서 타카키는 우주의 어둠 속을 떠도는 우주선의 외로움을 상상해본다. 그 몽상의 끝에는 우주선이 도착할 행성이 있다. 이때 타카키의 몽상 속 행성에는 아카리가 존재한다. 그에게 있어 우주의 깊고 깊은 곳을 향하며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우주선의 욕망, 동시에 우주를 좋아하는 그의 도달할 수 없는 꿈에 대한 욕망은 아카리를 만나고 싶은 욕망과 포개진다. 오쿠야마는 이러한 원작이 품고 있는 세카이계의 감수성을 이어받는다. 실사판에서 스물아홉의 타카키는 그의 옛 선생에게 세계와 자신 사이에서 느끼는 감각에 관해 말한다. “불길한 예감이랄까. 실제로 아름다운 풍경을 본 후에는 원치 않은 일이 생긴 적이 많다”고. 그는 불운과 행운을 동반하는 여러 우연을 진지하게 믿었고, 이를 세계와 내가 이어져 있다는 증거처럼 여긴다. 타카키의 이러한 성격적 특질은 주인공의 자의식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와 같은 세카이계의 특징을 담고 있다. 실사판에서도 타카키는 우주를 탐닉하고, 아카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 어린 시절의 흔적을 계속 찾으려 한다. 그에게 있어 우주를 향한 동경과 다시 만나지 못할 아카리는 동일하게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그의 현재의 삶을 짓누른다.

〈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하지만 오쿠야마 요시유키는 신카이의 애니메이션에서 생략된 서사를 상상하고 덧붙여 원작의 결말을 보완한다. 신카이 마코토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저는 타카키가 첫사랑을 두고 그다음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반성했습니다. ‘그저 슬펐다’, ‘충격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감상이 매우 많았죠.”(「신카이 마코토를 말하다」, 후지타 나오야, 선정우 역, 요다, 2024, 82쪽 참조)라고 밝힌 바 있다. 인물의 서사를 설명하기보다 심상과 느껴지는 감흥을 전달하는데 집중한 원작은 본래 신카이가 의도한 타카키의 성장을 관객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오쿠야마의 영화는 타카키가 과학관의 프로그래머가 되어 어린 시절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는 서사, 전 연인과의 이별을 제대로 마주하는 장면, 오랜 시간 품어 온 슬픔을 타인에게 토로하는 장면 등으로 그의 성장을 보여준다. 실사판의 타카키는 아카리가 그에게 “근사한 어른이 될 거”라고 말한 것처럼 좋은 어른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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