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관계가 법정 공방 속에서 급격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불과 1년여 전까지 국정 운영의 1·2인자로 불렸던 두 인물이 위증 여부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핵심 증거로 지목된 한 전 총리의 진술 신빙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21일 열린 윤 씨의 위증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씨 측은 책임의 화살을 한 전 총리에게 돌리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 부장판사)는 윤석열 씨의 위증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해당 사건은 윤 씨가 현재 받는 8개 재판 가운데 하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윤 씨는 지난해 11월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방조 사건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른바 ‘내란의 밤’ 당시 처음부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할 계획이었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개최 여부와 그 경위다. 내란특검을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는 윤 씨가 당초 국무회의를 열 계획이 없었으나, 한 전 총리의 건의로 국무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그 근거로 한 전 총리의 진술을 제시했다. 한 전 총리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 전에 사전 국무회의가 있어야 하므로 국무위원들을 더 불러 국무회의를 해야 한다고 자신이 건의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윤 씨 측은 한 전 총리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씨의 변호인인 송진호 변호사는 법정에서 “한덕수는 헌법재판소에서는 국무회의가 없다고 위증했다가 자신의 재판에서는 국무회의가 있었다고 말하며 위증 사실을 자백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이후에도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자신의 건의로 이뤄졌다고 또다시 허위 증언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김용현 전 장관의 검찰 진술을 근거로 윤 씨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은 처음부터 대통령에게 국무회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고 그 이전에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무회의 개최가 한 전 총리의 단독 건의로 이뤄졌다는 특검의 판단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윤 씨 측은 한 전 총리를 이 사건의 증인으로 다시 부를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내란우두머리 사건에서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미 이뤄졌고 당시 그는 증언을 거부했다”라며 “이번 재판에서도 증언을 거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건의로 의사정족수를 갖춘 국무회의가 열렸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건의 쟁점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을 들어 신속한 진행 방침을 밝혔다. 류경진 부장판사는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증언이 이미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윤 씨가 2월부터 주 3회 일반이적 혐의 재판을 받게 돼 있어 일정 조율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6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연 뒤 4월 16일 단 한 차례의 공판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해당 공판에서는 CCTV 영상과 서증 조사가 이뤄지고 양측의 최종 의견진술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국정 운영의 최정점에 섰던 두 인물이 법정에서 책임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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