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을 일축한 북한이 날카로운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검토를 지시하며 여전히 대화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앞서 합의 복원을 약속했던 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나, 북한이 무인기 영공 침범 등을 구실로 적대감을 고조시키고 있어 실제 효력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4일 오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일본 오사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9·19 군사합의 복원을 검토 중이며 필요한 논의도 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위 실장은 “정부의 방향은 9·19를 복원한다는 방향이고 대통령께서 주신 지침이기도 하다”라며 내부 조율과 백업 플랜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하므로 즉각적인 결정은 어렵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된 완충 지역과 비행금지구역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절 대북 전단 살포와 북한의 군사 도발이 이어지며 합의는 사실상 효력을 상실된 것으로 평가받는 중이다.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 국면을 복원하겠다는 기조 아래 합의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또 한 번 대한민국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부부장은 “아무리 해외를 돌아다니며 청탁질을 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최근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해외 지도자와 만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 요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또한 앞서 통일부가 무인기 사태와 관련한 김 부부장의 논평을 두고 “우리 정부의 해결 능력을 기대하며 소통의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라는 희망 섞인 해석에도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김 부부장은 이를 ‘개꿈’이라 규정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담화에서 자신의 발언을 긴장 완화의 신호로 평한 통일부를 향해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고 조롱하며 소통의 여지를 일축했다.
이처럼 남측은 합의 복원을 통해 신중한 논의와 설득을 시도하는 반면, 북측은 강경 담화를 잇달아 내놓으며 대화 여지를 전면 일축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측과 단기간에 실질적인 대화 재개를 이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남북 간 긴장을 줄이기 위한 군사합의 복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가 일관된 평화 메시지를 유지함으로써 중장기적 협상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이 대통령의 정공법이 실질적인 회담 테이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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