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서 맞붙었다.
두 회장 모두 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아온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인수전이 단순한 몸집 불리기를 넘어 두 금융 거물의 생존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5전 6기 끝에 등장한 ‘클린 매물’, 예별손보에 쏠리는 눈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한 예별손해보험(가칭) 매각 예비입찰에 하나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예별손해보험은 예금보험공사가 자본금 100%를 출자해 설립한 가교보험사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아 계약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목할 점은 이번 매물이 사실상 ‘클린 버전’의 MG손해보험이라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의 정상화를 위해 5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매각 성공을 위해 우량 자산만 골라 예별손보로 옮기고 부실 자산과 후순위채권 등은 남겨두는 ‘가교보험사’ 방식을 선택했다. 예별손보는 국내 최초의 가교보험사 매물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여기에 기존 대비 300명가량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까지 마치면서 노조와의 마찰 문제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실 자산을 떠안아야 하는 재무적 리스크와 노조와의 갈등 등 행정적 부담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그동안 매각 난항을 겪었던 MG손해보험과 달리 이번 예별손보 입찰에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 함영주 회장의 숙원 ‘비은행’, 하나손보와 시너지 노린다
함영주 회장에게 이번 인수는 하나금융그룹의 고질적 약점인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비은행 부문이 가장 취약하다는 꼬리표는 함 회장에게 매우 뼈아픈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은행 순이익 의존도가 87%에 이른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 경쟁사들이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핵심 캐시카우로 키워낸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은행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평가돼왔던 우리금융마저도 지난해 적극적 M&A를 통해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은행 부문 가운데서도 보험업은 하나금융이 가장 고전하고 있는 분야다.
하나손해보험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연간순이익이 적자를 냈으며 2025년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278억 원이다.
하나생명보험은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하나금융지주가 2025년 3분기 누적 순수익 3조4334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하나생명의 순이익 기여도는 여전히 1% 미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예별손보를 인수해 하나손해보험과 합병하게 된다면 단숨에 영업채널을 확장하며 수익기반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에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함영주 회장이 예별손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도 있다. 함영주 회장의 비은행 전략은 인수합병보다는 있는 회사를 잘 키우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은행 부문과 관련해 “비은행부문 이대로는 안된다”라며 “체구가 작고 힘이 부족하다면 남들보다 더욱 민첩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 생존의 이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재 있는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들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지, 인수합병으로 비은행 부문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년사에서 내실을 다지겠다는 언급이 나왔던 만큼 하나금융그룹이 예별손보 예비입찰에 참석한 것은 그냥 점검차원에 머무르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김남구 회장의 승부수, ‘증권 편중’ 탈피하고 ‘투자 실탄’ 챙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핵심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은 2025년에 ‘2조 클럽’(당기순이익 2조 원 이상) 가입이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 김남구 회장이 ‘함박웃음’을 지을만한 실적이다.
문제는 지나친 증권 의존도다. 2022년 그룹 순이익 중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연결기준 지주 순이익 대비 한국투자증권 순이익 비중)은 83.7%에 달했고, 2023년에는 84.2%, 2024년에는 106.9%로 오히려 비중이 더 늘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그룹 순이익의 85% 이상을 한국투자증권에 의존하고 있다.
증권업황의 변동성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회장이 꾸준히 사업 다각화 의지를 내비쳐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김 회장이 보험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함 회장과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은 전통적 보험 영업 이익보다는 보험업의 특성인 ‘거대 유동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를 통해 막대한 운용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산운용 역량과 결합한다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경쟁사인 미래에셋금융그룹은 2005년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후 미래에셋그룹 내에서 ‘투자형 보험회사’라는 차별화된 포지션을 통해 그룹의 핵심 비전인 연금 및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완성하는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실제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한 이유를 두고 “자기자본을 가지고 투자하는 보험사를 만들어서 다른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예별손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데에는 이런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들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변수는 ‘사법 리스크’와 예보의 ‘지갑’,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금융권에서는 인수전의 완주 여부는 CEO의 사법 리스크와 자금 지원 규모라는 변수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최대 변수는 함영주 회장의 거취다. 함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29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만약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 된다면 하나금융은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 동력이 급격히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돈 문제도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예별손해보험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약 1조3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약 8천억 원 수준의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실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실이 발견되거나 예보의 지원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두 금융그룹 모두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별손보가 굉장히 매력적 매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만큼, 필요한 자금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하나금융과 한투금융 모두 크게 열의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 yhj@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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