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에 찍힌 환호
사고가 아니라 덫이었다
합의금 수천만 원 뜯어가
교통사고 과실 비율의 허점을 악용해 고의로 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챙겨온 운전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유턴이나 차선 변경 등 사고 발생 시 과실 비율이 높게 책정되는 차량만을 집중적으로 노려 충돌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에도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블랙박스에는 환호성까지 선명하게 녹음돼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고의 사고로 판단했다.

사건은 도로 위에서 벌어진 평범한 교통 상황에서 시작됐다. 한 승용차가 유턴을 시도하자 뒤따르던 차량이 그대로 돌진해 충돌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는 반응이 나와야 하지만, 해당 운전자는 침착하게 “됐어!”라고 말하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담겼다. 조사 결과 사고의 과실 비율은 유턴 차량이 더 높게 책정됐다. 뒤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구조를 악용해 뒤차 운전자는 합의금을 타내는 수법을 반복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50대 남성 운전자는 지난 5년간 총 11차례 사고를 내고 5천300만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는 당뇨와 고혈압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져 미처 피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블랙박스에는 사고 직후 환호하는 목소리가 녹음돼 있었고, 이는 고의 사고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경찰은 단순한 건강 문제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했다.
15차례 사고 유발

또 다른 사례에서도 비슷한 수법이 확인됐다. 한밤중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는 방식이었다. 피해 차량은 전방에 붙은 뒤차 때문에 차선을 바꾸지 못하다가 결국 충돌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흰색 차량도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들어왔지만, 실제로 운전자는 옆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운전자는 보험사 직원으로 30대였으며, 4년 동안 15차례 사고를 내 3억2천5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잘 아는 보험 제도를 악용해 범행을 이어간 것이다.
경기 고양시 일대에서는 오토바이 배달기사로 일하며 고의 사고를 낸 사례도 있었다. 이 남성은 약 37차례 사고를 내고 총 1억3천만 원을 합의금으로 받아냈다. 경찰은 이들 사례가 모두 교통사고 과실 비율이 높은 차량만을 노려 고의로 사고를 유발한 뒤 합의금을 챙긴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과 직업에 종사했지만, 범행 수법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경찰은 “이들이 같은 일당은 아니지만, 교통사고 과실 비율이 높은 차량만 골라 범행을 저질러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실 비율 산정의 허점 악용

결국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해 보험사기 혐의로 송치됐다. 이번 사건은 교통사고 과실 비율 산정 방식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동시에 보험 제도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블랙박스에 녹음된 환호성은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작용했다. 경찰은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보험사와 협력해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통사고 과실 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제도는 사고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차량의 책임을 높게 책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악용하면 고의 사고를 내더라도 법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실제로 유턴이나 차선 변경 차량은 사고 발생 시 높은 과실 비율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범죄자들이 이러한 차량만을 노려 사고를 유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실 비율 산정 과정에서 고의성이 의심되는 경우를 별도로 검토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은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의 사고를 반복적으로 일으켜 합의금을 챙기는 행위는 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이며 사고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블랙박스 영상과 음성 기록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고의 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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