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원인, ‘이게’ 문제였다?
고속 주행 중 급제동 위험
리콜·생산중단까지 사태 확산
고급 플래그십 세단의 상징으로 불리는 제네시스 G90이 뜻밖의 이유로 리콜에 들어갔다. 주행 보조 기능인 HDA(Highway Driving Assist) 사용 중, 차량이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는 위험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오작동 부품이나 센서 결함이 아닌, 차량 외장 도색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업계와 소비자 모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색상은 ‘세빌 실버(Savile Silver)’. 이 프리미엄 은색 도장은 알루미늄 성분 함량이 높아 빛 반사율이 강한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이 반사가 전방 코너에 장착된 레이더 신호를 왜곡시켜, 마치 옆 차선에서 차량이 갑자기 끼어드는 것처럼 잘못 감지하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차량은 충돌 직전 상황으로 인식, 순간적으로 급제동을 실행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3~2026년형 G90 중 세빌 실버 색상 차량 483대가 공식 리콜 대상에 포함됐으며, 제네시스는 문제 해결 전까지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HDA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온 브랜드가 예기치 못한 기술적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황당한 결함의 실체

제네시스 기술진은 올해 초부터 접수된 급제동 관련 문제 제보를 분석하던 중, 사건 대부분이 동일한 외장 색상 차량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후 수개월간 테스트를 반복한 결과, 레이더 신호가 범퍼 커버 내부 알루미늄 입자에 반사되어 다시 돌아오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실제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오탐지(허위감지)를 일으키며 시스템이 즉각적인 제동을 실행하는 조건을 만들었다.
NHTSA 신고 자료에 따르면 한 차주는 거의 1년 단위로 급제동 위험을 호소했으나 문제 규명에만 무려 8개월이 걸렸다. 공개된 의견에는 “고속도로에서 두 차선을 걸칠 때 이유 없이 급제동이 걸린다. 뒤차가 들이받을 뻔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해당 차량은 안전 문제로 반납됐고 제조사 측이 복구까지 시간을 지연시키며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HDA는 차선 유지·사각지대 감지·차간 거리 유지 등 고속도로 반자율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중요한 안전 장치가 도색 반사광이라는 외부 요소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업계 전반에 경고를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이더·라이다·카메라가 공존하는 자율주행 센서 융합의 취약점이 드러난 사례라 평가한다. 특히, 전자장비 성능 향상 경쟁 속에서 가장 기초적인 물리적 환경 요소가 간과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제네시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 범퍼 빔을 차폐 구조로 재설계해 내부에서 발생하는 반사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리콜 대상 차량은 전면부 교체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동시에 Savile Silver 색상은 일시적으로 생산 중단된다. 제조사는 “기술적 개선 완료 후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능 오류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술 완성도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럭셔리 시장에서, 소비자의 가장 큰 선택 기준인 안전성과 안정적 품질이 흔들린다면 브랜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 안정성 검증 속도보다 출시 경쟁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취약점이 남긴 숙제

리콜 논란은 단순히 한 색상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기술 검증의 엄격함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미래차의 핵심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와 센서 통합 기술에 달려 있는 만큼, 작은 변수도 간과될 수 없다.
더군다나 G90은 제네시스 라인업의 기술과 품질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이번 사례는 단 하나의 결함이 브랜드 전체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 보여준다. 고급차 시장일수록 소비자 기대치는 높고, 실수 여지는 좁다.
현재 제네시스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 보완과 생산 조정 조치를 진행 중이며, 향후 후속 점검과 공개 검증이 브랜드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안전에 타협 없는 선택이야말로 최고의 럭셔리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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