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완성도 앞세운 설계, ‘안전성’은 뒷전으로
전원 차단되면 작동 멈추는 구조적 한계
혁신과 안전의 균형 다시 세워야
미래차의 상징으로 불리던 테슬라의 전자식 손잡이가 이제는 안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기저항을 줄이고 세련된 외관을 만든다는 이유로 도입된 ‘플러시 도어 핸들’이 정작 전원이 차단되면 문을 열 수 없는 구조로 드러나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관련 민원이 급증하자 정식 조사를 시작했다.
반복되는 문 잠김 신고, NHTSA가 직접 움직였다

최근 미국 여러 지역에서 테슬라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이 갇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모들이 “아이를 태운 뒤 문이 잠겨 버려 구하지 못했다”며 제보한 사례만 10건이 넘는다. 일부 운전자는 급히 망치나 주먹으로 유리를 깨고 아이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12V 전원이 끊기자 차량이 완전히 잠겼고, 전자식 문 개폐 장치가 동시에 작동을 멈췄다”고 진술했다.
NHTSA는 2021년형 모델Y 약 17만 4천 대를 대상으로 예비조사에 착수했으며, 초기 9건이었던 민원이 현재 16건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조사 대상은 모델Y에 국한되지 않고, 같은 전자식 도어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델3 등 다른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설명서에만 있는 레버… 현실은 달랐다

문제의 핵심은 저전압(12V) 회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자식 개폐 구조다. 차량의 저전압 배터리 회로가 끊기면 외부 손잡이와 내부 개폐 스위치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비상시 수동 개방 레버를 마련해두었지만, 해당 장치는 트림 아래쪽이나 카펫 아래에 숨겨져 있어 즉각적인 접근이 어렵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당황한 승객의 경우 구조 위치를 인식하기 어려워 탈출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부모들은 SNS를 통해 “설명서에 존재하는 비상레버가 위기상황 발생 시 접근하기 너무 어려운 위치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구조대원들 역시 “외부에서 문을 강제로 열기 어렵고, 응급상황 대응에 시간이 걸린다”며 전자식 잠금장치의 구조적 한계를 언급했다.
‘아름다움’이 만든 비극…디자인이 안전을 가뒀다

테슬라의 문 손잡이는 차체와 일체화된 플러시 디자인으로, 공기저항을 줄이고 미적 완성도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 이후 규제 당국은 “디자인에 집중해 안전성을 희생시킨 사례”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위스콘신주에서는 지난해 모델S 충돌 화재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숨졌고, 유가족은 “문이 열리지 않아 탈출이 불가능했다”며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자료에 따르면 차량이 나무를 들이받은 뒤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으나, 전원 차단으로 전자식 문이 잠기면서 탑승자들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고 측은 “테슬라가 이런 구조적 위험을 알고도 개선하지 않았다”며 설계 결함과 과실을 주장했다. 또한 “수동 해제 장치가 바닥 매트 아래 깊숙이 위치해 있어, 충돌이나 화재 상황에서는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도어 메커니즘 전면 재설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책임자는 “전자식 편의 기능과 기계적 백업 시스템을 병합하는 새로운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26년형 모델부터 새로운 도어 메커니즘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전자식 도어, 전 세계 기준 바꿀 ‘새 안전 변수’로

NHTSA는 조사 결과에 따라 리콜 명령이나 구조 개선 권고를 내릴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현 시점에서 테슬라는 공식 리콜을 시행하지 않았으며, 운전자에게 “비상 해제 절차를 숙지하라”는 공지 외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경험자들은 “설명서를 읽을 시간보다 상황이 훨씬 급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는 테슬라가 추구해온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중심 제어 체계의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혁신적인 설계’가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만큼, 그 이면에서 안전성 확보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식 부품이 늘어날수록 실패 확률 또한 커진다”며 “혁신과 안전의 균형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담당하는 규제 기관들은 향후 전자식 도어 시스템에 대한 별도 인증 규정을 마련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전원 완전 차단이나 충돌 이후에도 문이 수동으로 개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테슬라뿐 아니라 전자식 손잡이를 채택한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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