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은 좁고, 규제는 복잡하다
서울이 자율주행의 시험대
한국형 전략 없인 미래 흔들려
“한국은 자율주행 어렵다.” 이 말은 말뿐인 비관이 아니다. 서울은 인구 밀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밀도 도시이자, 복잡한 교통망과 보행자 중심 구조가 얽혀 있는 공간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도로 위를 완벽히 이해하고 대응하려면, 서울만의 구조와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자율주행차 100대를 도입하고, 37개 노선에 자율주행버스를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을 세계 톱3 자율주행 선도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미래교통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도전과 사회적 저항, 제도적 공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단순히 기술을 수입하거나 벤치마킹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도심은 불법 주정차, 좁은 골목, 복잡한 교차로가 얽혀 있는 구조로,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다루기 가장 까다로운 환경 중 하나다. 결국 ‘한국형 자율주행 생태계’를 새롭게 짜는 게 관건이다.
복잡한 서울 도심, 해외 모델 그대로는 불가능

서울은 전 세계 자율주행 개발 기업들이 가장 도전적인 테스트베드로 꼽는 도시다. 미국의 웨이모나 중국의 바이두는 각각 1억㎞가 넘는 실증 주행 경험을 쌓았지만, 한국 전체의 누적 주행 거리는 72만㎞에 불과하다. 기술의 성숙도보다 중요한 건, 이 기술이 ‘서울형 환경’을 얼마나 이해하느냐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이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차선 인식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밀 위치 추적·보행자 예측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다. 골목마다 불법 주차 차량이 다르고, 버스정류장마다 보행자 흐름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시에서는 도심형 정밀 주행 기술 없이는 상용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자가용 중심 자율주행’이 아닌 대중교통 연계형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심야버스, 언덕길 지역, 지하철 사각지대 등 시민 생활권을 기반으로 한 노선을 중심으로 자율주행버스를 확대 중이다. 2026년까지 24개 노선, 최대 35대의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운행될 예정이며, 지역순환형 소형버스도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또 다른 축은 도심항공교통(UAM)이다. 서울시는 닥터헬기의 소음과 제한적 운항을 보완한 ‘응급닥터 UAM’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초기에는 장기·혈액 이송에 활용하고, 2030년까지는 환자 이송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UAM은 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청사진이 실현되려면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율주행은 시민에게 ‘불안한 신기술’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운수업 종사자의 일자리 전환, 시민 신뢰 확보, 그리고 신속한 규제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서울형 생태계’

결국 한국 자율주행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도시 이해력에 달려 있다. 서울은 좁고 복잡하며, 시민의 이동 행태가 다층적이다. 이런 도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해외 기술을 들여오면, 자율주행은 ‘보여주기 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서울을 하나의 ‘도시형 실험실’로 설정해, 교통 데이터·5G 인프라·스마트시티 기술을 통합한 융합형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 자동차 기술에 도시서비스를 결합한 ‘자율주행+도시모빌리티 모델’이야말로 한국형 해법으로 꼽힌다.
서울이 자율주행의 불모지가 될지, 혁신의 중심이 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맞춤형 전략이 없다면 한국의 자율주행은 여전히 세계의 뒤를 쫓는 ‘느린 질주’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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