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고온 건조한 대기 조건에서 강풍을 타고 안동, 영덕 등 인근 시·군으로 빠르게 번진 산불은 149시간 동안 지속됐다. 수만 헥타르의 산림과 천년고찰 고운사를 포함한 국가유산이 소실되고 4천여 채의 건축물이 훼손됐으며, 인명피해 역시 컸다. 많은 주민이 빠르게 확산하는 산불을 미처 피하지 못해, 경북에서만 6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의성군은 3월 24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우리나라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의성군 산불 당시의 기상학적 조건을 보면, 한반도는 이례적으로 고온, 건조, 강풍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가 극심했던 대구·경북은 산불 발생·확산 기간인 3월21~26일의 평균기온이 15.4℃로 역대 같은 기간 중 가장 높았고, 평균 상대습도는 42%로 평년 대비 약 14% 낮았다. 이처럼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낮은 상대습도에 강풍까지 더해져, 산불의 발생과 확산이 용이한 조건이 형성됐다.
이러한 기상조건 속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의성군 산불을 포함해 전국에 3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고, 그 피해 면적은 5만㏊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산불의 증가와 그로 인한 피해 규모 확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작년 1월 미국 LA에서는 팰리세이즈 일대에서 시작된 산불로 약 6천800채의 건물이 소실되고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또한 2월 말 이와테현 오후나토시에서 발생한 산불이 약 2천900㏊의 산림을 태우며 50년 만에 가장 큰 산불 피해를 남겼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해 지난 2022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재난성 산불이 미래에는 전 세계적으로 최대 50% 증가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이제 그 경고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불 발생과 확산에는 기상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고온과 건조, 강풍은 식생을 쉽게 마르게 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며, 발화한 산불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동력이 된다. 이에 기상청은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단기예보를 통해 지역별 예상 기온, 상대습도, 풍향·풍속, 강수량 등 12개 요소를 3시간 간격으로 생산하여 제공하며, 중기예보에서는 육상·해상 날씨, 최고·최저 기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건조특보와 강풍특보를 발표하고,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경우 기상정보, 날씨해설, 수시 브리핑을 통해 그 위험성을 미리 알리고 있다.
아울러 대구지방기상청은 대구·경북지역의 선제적인 산불 대응을 지원하고자, 올해 봄‧가을 산불 조심 기간에 산불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산불 조기대응을 위한 대구·경북 강풍 가능성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는 건조특보가 발표되고, 강한 바람(최대순간풍속 15㎧ 이상)이 예상될 때 전달된다. 이를 통해 산불 관련기관은 강풍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강풍 위험 지역 내에 진화 자원을 사전·우선 배치하여, 산불 발생 초기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산불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과 더불어, 산불이 발생한 상황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산불 확산 위험이 큰 경우, 소방청, 산림청 등 산불 관련기관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기상관측차량과 예보관을 현장에 파견하여 실시간으로 기상 브리핑을 실시한다. 지난 의성군 산불 당시에는 산불 초기에 위기대응 특별대응반과 기상 관측 차량을 파견해 현장 관측을 수행하고 50회의 현장 브리핑을 제공한 바 있다.
또한, 단·중기 예보, 기상특·정보와는 별도로 ‘산불진화용 기상정보’를 관련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된 지상 풍속과 풍향 자료는 산불의 주 확산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여 최적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활용되며, 고도별 풍향·풍속, 연직상승류 예측자료는 산불 진화 헬기의 진화 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되는 데 활용된다. 의성군 산불 기간 중 대구지방기상청은 산불진화용 기상정보를 60회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산불 진화 계획 수립을 돕고 진화 장비 운용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처럼 기상청은 다양한 기상정보를 제공해 산불 대비와 진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정보만으로 모든 산불을 막을 수는 없다. 산불 발생에는 자연적 요소뿐 아니라 전기 합선, 쓰레기 소각, 입산객 실화 등 인위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건조·강풍특보 등의 기상정보에 귀 기울이고, 산불 위험이 큰 날에는 산림 인근에서의 소각 행위나 취사를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작은 주의가 소중한 산림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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