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격조했습니다
이동순 지음
창비/344쪽
1만7천원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학·인물사·대중가요사 등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이동순 시인의 산문집이다. 지난 50여년간 동료 시인을 포함해 작가, 사회인사 등과 주고받은 친필 편지를 문학적 단상과 함께 엮어냈다. 근현대 한국문단의 생생한 풍경은 물론 시대의 곡절, 나아가 추억의 아름다움까지 담은 이 책은 한 시절을 살아낸 작가들의 육필 속에서 한국문학의 깊은 서정을 발견한다.
시인, 작가, 평론가 등 38인의 편지 64점이 담긴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근대 한국시단의 풍경이 생생히 담긴 김광균, 김규동, 김지하 시인 등의 편지를 통해 문학사적 의의를 찾아볼 수 있는 한편 황석영 작가, 백낙청 평론가, 이시영 시인 등과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1970, 80년대 일상에 틈입한 독재정권의 탄압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 여사의 곡진한 사연이 담긴 편지는 한국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귀한 자료가 되어주며 정호승, 안도현, 도종환 시인 등과 나눈 살뜰한 안부 인사에는 편지라는 형식적 미학은 물론 일상의 정겨움까지 물씬 풍겨난다. 프랑스인 두봉 주교의 편지는 상대에 대한 극진한 마음과 따뜻한 격려의 마음이 실려있다.
좀처럼 편지를 쓰지 않는 시대이다.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얼마든지 간편하고 손쉬운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다보면 옛 편지에 담긴 사랑과 눈물, 그리움과 설렘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끔은 잠시 멈추어 서서 편지라는 오래된 매체의 미학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옛 편지를 다시 꺼내 읽는 이유는 그 안에 잊힞 않은 감정과 말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눈물, 그리움과 설렘이 가득한 그 시절의 편지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위로하고 다독입니다.” -「책머리에」
송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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