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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독서모임 북갈피]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펜을 든 살인자에 짓밟힌 한 여자의 삶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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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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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열 번째 책은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책 표지 [자료제공=민음사/그래픽=투데이신문]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책 표지 [자료제공=민음사/그래픽=투데이신문]

“내가 기자들의 술집에 갔었던 것은 그저 그를 한 번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인간이 어떻게 생겼고, 행동거지는 어떠하며, 말하고 마시고 춤추는 모습은 어떤지 알고 싶었습니다. 내 삶을 파괴한 바로 그 인간 말입니다. ” _『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中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백설공주」에서 왕비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독사과를 건네고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검은 푸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일상적이다. 마찬가지로 카타리나 블룸이 말한 그 인간의 모습도 그렇다.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펜으로 글을 쓰는 사람” 바로 기자다. 

1974년 발표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부제부터 선언적이다.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스물일곱 살의 가정관리사 카타리나 블룸은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가 경찰의 수배를 받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다. 다음 날 아침 그녀의 집에는 수사관과 기자가 동시에 들이닥친다. 경찰은 그녀를 심문하고 신문사《차이퉁》은 그녀를 단죄한다. 이 이야기는 그 닷새간의 기록이다.

닷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카타리나 블룸은 오랫동안 힘겹게 쌓아온 모든 것을 잃는다. 성실한 노동으로 마련한 아파트와 자동차는 범죄자와의 오랜 내연 관계로 얻은 검은 돈의 증거로 둔갑하고 그녀의 성격과 사생활은 문란하고 위험한 여성의 것으로 재구성된다. 고통은 그녀 한 사람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를 오래 신뢰하고 곁에서 지켜준 고용주 블로르나 부부 역시 언론의 표적이 되어 생계를 위협받는다. 《차이퉁》의 폭력은 카타리나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녀와 연결된 모든 이에게 퍼져나간다. 

황색 언론에 관한 고전과도 같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작가인 하인리히 뵐이 겨냥했던 독자들보다도 이 시대의 폐부를 날카롭게 찌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자극적인 문구와 사진으로 교묘하게 꾸며낸 가십과 스캔들을 쉽게 접하고 소비하고 또 생산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로 인한 희생자는 끊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며 기자로서 첫발을 떼는 우리에게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함께 읽어볼 책으로 더할 나위 없었다. 

오늘도 유효한 폭력…청년이 말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대한 청년들의 감상. ⓒ투데이신문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대한 청년들의 감상. ⓒ투데이신문

실제 투데이신문 기자로 활동 중인 청년 송수원(22·여)은 “이 작품은 언론 보도가 한 개인의 삶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며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지 않은가”라고 전했다.

그는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향의 목소리를 직접 찾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으며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던 목소리, 다른 목소리에 가려져 묻혀버린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통해 더 많은 ‘눈’을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그 눈이 왜곡되지 않도록 중재하는 장치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떤 사건을 조명하는 데 있어 시간과 역사를 따라가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으며 “취재한다는 것은 이해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청년 기자인 김재현(26·남)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자극적인 가십과 스캔들에 시선을 빼앗겨 쉽게 판단하고 소비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며 “모든 이야기 뒤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음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대한 청년들의 감상. ⓒ투데이신문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 대한 청년들의 감상. ⓒ투데이신문

한 줄의 문장이 한 사람의 삶을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 이 작품은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에 송수원은 “무엇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빌헬름 딜타이의 이해 이론을 언급하며 “우리는 타인의 삶을 완전히 대신 살아볼 수 없고 오직 해석할 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해란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는 과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기자는 타인의 표현을 이해하려는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이며, 표현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매개자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실제로 기사를 써보니 기사는 결국 기자의 시선이 닿는 곳을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했으며 “기자는 이야기를 엮고, 현장에 존재했던 무수한 층위의 이야기들 중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일부를 글로 남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재현은 카타리나의 이야기를 보며 현실에서 마주했던 사례들을 떠올리며 “기사를 쓰는 일이란 끊임 없이 딜레마와 싸우는 일”이라 했던 선배 기자의 말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에 타인을 소비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를 위해 딜레마와 싸우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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