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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준우승’ 영광, ‘마운드 집중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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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류현진
지난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류현진이 3회초 2사 1, 2루 위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투구하고 있다. /연합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에서 한국 야구는 명확한 과제를 떠안았다. 타선의 국제 경쟁력은 여전히 높지만 마운드의 불안함은 여전했다. 호주전과 같이 단체로 활약한 경기가 단판 토너먼트에서 또 벌어지리란 보장도 없다. 그래서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도와 시차적응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더구나 도미니카공화국엔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즐비해 한국 투수들이 얼마나 버텨줄 지도 관건이다.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후안 소토(뉴욕 메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언제든 시즌 MVP를 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선수들로 타선이 채워졌다.

따라서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언더형 투수나 사이드암 투수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다. 다만 그런 유형의 선수는 고영표(kt wiz)뿐이어서 고민이 더 깊다. 우완 일색의 마운드도 상대에게 까다로움을 심어주기 어렵다. 결국 가장 믿을 만한 투수는 메이저리그 통산 78승 투수 류현진(한화 이글스)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로 돌아와 토종 선발투수로는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 중 하나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 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사이영상 2위에 올랐고, 올스타에 선정돼 내셔널리그 대표로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등 전적은 화려하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 초반으로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메이저리거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게레로 등 상대 타선을 잘 아는 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거 특성을 잘 이해하는 류현진은 베테랑으로 여전한 완급조절을 보여줘야 한다. 공을 자유자재로 넣었다 뺐다하는 제구력도 8강전에서 증명해야 한다. 직구 구위는 전성기 시절에 비해 떨어졌지만 기교파 투수로서 다양한 변화구를 손쉽게 구사하는 점도 류현진의 최대 강점이다.

좌완 류현진이 마운드를 막고, 백전노장 노경은(SSG 랜더스)가 뒤를 이어 필승 계투진인 박영현(kt wiz), 1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조병현(SSG 랜더스)의 어깨가 더 무겁다. 여기에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이 궤도에 올라 더 안정적인 피칭을 펼쳐줘야 한다.

타선은 조금 더 희망적이다. 공포감을 느낄 만한 타선에 비해 도미니카공화국의 마운드는 비교적 약하다. 물론 빅리거들이 포진한 마운드여서 쉽게 볼 상황은 아니지만 타선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이 타선은 지구 올스타급인 미국과 견줘 모자람이 없지만, 마운드는 확실한 열세다. 일본에게도 마운드의 높이가 밀린다는 평가다. 이에 도미니카는 우승 후보 3순위로 거론된다. 한국의 파워랭킹은 여전히 7~8위를 왔다갔다 한다.

우승후보 1·2순위 일본과 미국은 대진표상 4강에서 만난다. 당초 압도적인 조 1위를 예상했던 미국은 이탈리아가 멕시코를 대파해주는 덕을 보면서 이닝당 실점률을 따져 가까스로 8강행 막차를 탔다. 이에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탈리아가 푸에르토리코와 8강에서 붙는다.

한국이 도미니카를 꺾으면 이탈리아-푸에르토리코간 맞대결 승자와 4강에서 만난다. 한국으로선 강력한 우승 후보 미국이 일본쪽 대진으로 넘어가면서 4강에만 오르면 충분히 결승을 노려볼 만한 구도가 완성됐다.

한국이 도미니카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보단 객관적 전력에서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단기전 특성상 지난 2009 대회처럼 이변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이탈리아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미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이탈리아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회 최대이 이변이 나올 뻔했다. 이런 게 바로 야구다.

한국 야구도 호주의 강타선을 단 2점을 묶으리라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선발 손주영이 팔꿈치 통증으로 급히 내려간 뒤 올라온 계투진이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호주 타선을 제압했다. 계투진이 단체로 각성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지 못하리란 비관적 전망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다.

2009 WBC 대회 당시에도 윤석민(당시 KIA 타이거즈)이 베네수엘라의 빅리거 강타선을 완벽히 제압할 것이라 예측한 이들은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노장 손민한이 미국의 MLB 올스타급을 손쉽게 돌려세울 것이라고 본 이들도 없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체급을 보고 지레 겁부터 먹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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