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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얼의 만화책] 소개할까 말까 했지만 3만 관객 돌파에 ‘츄라이 츄라이’합니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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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말하면, 현재 내 최애 만화 중 하나지만 쓰지 않은 만화가 있다. 정말 기막히게 재밌고 설레는데, 방지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최애 만화라고 보는 나조차도 그렇게 느끼는데, 과연 이 취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가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이제는 쓸 수밖에 없다. 한국에 극장판이 개봉했고, 심지어 3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그 원작을 소개하기에 알맞은 타이밍이리라. 사쿠라이 노리오의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이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국내 독자들이 보통 ‘내마위’라고 부르는 이 작품은 중학생 이치카와 쿄타로와 야마다 안나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요즘 러브코미디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찐따남’과 ‘워너비걸’의 만남을 살짝 비틀었는데, 남자주인공 이치카와는 지극히 부정적이고 중2병적인 반면 여자주인공 야마다는 활기차면서도 가끔은 맹할 정도로 둔하다. 이렇게 일반적인 ‘모범생과 갸루’ 서사에서 조금은 각도를 비튼 ‘내마위’는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상호보완하듯 성장하는 서사까지 녹인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러브 코미디 1화에서 나오는 장면이라면 믿겠는가.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러브 코미디 1화에서 나오는 장면이라면 믿겠는가.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부터 방지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초반 전개에서 이치카와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시작부터 토막살인 같은 강력 범죄를 다루는 책을 읽고, 야마다를 보며 살의를 느낀다. 단순한 중2병이 아니라 실제 인간에 대한 극단적 상상을 하는 이치카와의 모습은 다시 봐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원래도 꽤 자극적인 드립을 자주 쓰는 작가답게 이치카와가 때때로 ‘혼자 해결’하는 묘사를 종종 넣는데 이것도 러브코미디라는 카테고리에선 흔한 것이 아니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입문 방지턱을 넘고 나면, 이 만화가 왜 인기가 있고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지 조금씩 드러난다. 먼저 본분에 충실하다. 러브코미디란 자고로 남녀 간에 발생하는 달달한 순간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담아내는지가 중요하다. 그 부분에서 ‘내마위’는 충실하게 독자들의 충치를 유발한다. 처음에 거리감을 두려고 한 이치카와가 야마다의 여러 장난에 넘어가며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보케와 츳코미식 코미디(보케가 엉뚱한 짓을 하면 츳코미가 지적을 하는 방식)를 토대 삼아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점차 가까워진 두 사람이 (독자들은 다 알고 있는) 진심을 깨닫는 과정이 그려지며 점차 러브 코미디로 발전한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이런 식의 전개는 사실 여느 러브 코미디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것인데, ‘내마위’는 여기서 꽤 섬세한 연출을 자주 숨겨둔다. ‘내마위’는 화자인 이치카와의 시선으로 전개가 되는데, 이후 다시 만화책을 들춰보면, 알게 모르게 야마다의 심리가 담겨있는 묘사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멀리 그려진 야마다의 표정이나 시선 등으로 이치카와를 신경 쓰고 있는 야마다의 마음을 드러내는 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내마위’는 그저 웃기고 다디단 ‘코미디’뿐만 아니라 쌍방향의 연애 감정을 적절하게 드러내며 ‘러브’ 코미디다운 모습을 보인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여기서 두 번째 방지턱이 등장한다. ‘내마위’는 각자의 미래까지 고려할 정도로 이치카와와 야마다가 서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과정까지 나아가는데, 여기서 두 사람이 중학생임에도 때때로는 과한 표현으로 그려져 당황하게 한다. 사실 어떤 상황적 묘사뿐만이 아니다. 이쪽은 차라리 코미디로 잘 승화하는 편에 가깝다. 필자가 느끼는 방지턱은 이렇다. 모델로 활동하게 되는 야마다의 신체 특징을 부각하곤 하는데, 이 캐릭터가 중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함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남성향 러브 코미디에서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요소라고 하지만, 중학생인 캐릭터를 이렇게 그리는 것이 맞나 팬 입장에서도 종종 고민이 되게 한다. 특히 필자가 이전에 소개한, 비슷하게 중학생의 첫사랑을 그린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의 수수하면서도 달달한 전개를 떠올리면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그런데, 그럼에도, ‘내마위’는 그런 불편함을 상회하는 쫀쫀한 러브 코미디다. 웃길 땐 웃기면서도 중학생 입장에서 느끼는 미래의 모습이나 인간관계, 첫사랑에서 오는 설렘과 불안함 모두 잘 담아냈다. 특히 이치카와의 입시, 야마다의 연예인 활동 등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관계 발전에 녹아드는 부분은 이 만화가 성장물로서도 꽤 훌륭한 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런 장점이 있기에 방지턱이 있다고 솔직하게 밝히는 필자조차 ’츄라이츄라이’를 할 수밖에 없다. 2018년부터 연재 중인 원작 만화는 현재 13권까지 발간됐고, 애니메이션은 2기까지 방영 후 총집편격인 〈극장판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까지 공개했다. 양쪽 모두 호평받았으니 취향에 맞춰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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