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보당국에 군사기밀을 넘긴 전직 군무원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정보사령부 공작팀장으로 근무하며 국가 기밀을 유출한 천모 씨에게 징역 20년과 거액의 벌금·추징금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장기간 정보기관에 몸담았던 인물이 외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핵심 정보를 넘긴 사건으로, 사법부는 국가안보를 정면으로 위협한 중대 범죄로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일반이적 등 혐의로 기소된 천 씨에 대해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10억 원·추징금 1억 6,205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천 씨는 1990년대 부사관으로 정보사에 근무한 뒤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전환됐다. 범행 당시에는 팀장급으로 재직했고 기소 시점에는 5급 군무원 신분이었다.
수사 결과 천 씨는 2017년 4월 중국 방문 중 중국 정보기관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물 B 씨에게 포섭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22년 6월부터 2024년까지 문서 12건과 음성 메시지 18건 등 총 30건의 정보를 중국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유출된 정보에는 블랙 요원 명단과 정보사 조직 편성, 작전 계획 등 민감한 군사기밀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천 씨는 이 대가로 1억 6,205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보관들의 신상이 노출될 경우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라며 “동료들의 생명을 거래한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출된 공작원들이 무사히 귀국했다고 하더라도 신상이 알려진 이상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천 씨는 재판 과정에서 2017년 중국에서 납치돼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외에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일정 금액을 요구한 정황이 있다”며 강요에 의한 범행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역시 “부대에 보고하거나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합법적 방법이 있었다”라며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정보기관 내부 인력에 의한 기밀 유출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파장을 사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장기간 정보사에 근무하며 조직 구조와 인적 네트워크를 꿰고 있던 인물이 외국 정보기관에 협력한 점, 그로 인해 현장 공작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었던 점이 양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개인적 사정이나 외부 압박을 이유로 국가 기밀 유출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며 군·정보 분야 기밀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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