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 둘째 날 공개 석상에서 국민의힘 출신 공공기관장을 강하게 질책하며 현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불법 외화 반출 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담당 기관장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책임과 업무 태도를 따져 물은 것이다. 이날 질책 장면은 전 과정이 생중계로 공개됐다.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및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에 외화 불법 반출 대응 실태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출입국 시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외화를 휴대 반출할 경우 세관 신고가 의무다.
그러나 실제 공항 현장에서는 책 사이에 달러를 끼워 검색대를 통과하는 방식의 불법 반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해당 자금이 도박 등 범죄에 쓰인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인천공항에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검색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 대통령은 해당 문제에 대해 “외화 불법 반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 제대로 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라고 물었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업무 소관이 다르다”, “공항에서 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유해 물질 위주로 검색한다” 등 이 대통령의 질문 의도를 피해 가는 취지의 대답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는데 왜 딴 이야기를 하느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책갈피처럼 끼워 가면 안 걸린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는데, 왜 책을 검색하지 않느냐”라고 재차 따져 물었지만, 이 사장은 “실무적인 부분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세관과의 협의 여부를 두 차례 지시했음에도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자, 이 대통령은 “딴 데 가서 놀고 계시느냐”라고 말하며 취임 시기와 임기를 직접 확인했다.
이 사장은 “2023년 6월 취임해 3년 임기”라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거의 3년인데 업무 파악이 안 돼 있는 것 같다”라고 질책했다.
질책은 해외 사업 보고에서도 이어졌다.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된 ‘이집트 공항 개발 사업 추진’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사업 진척 상황을 묻자 이 사장은 “자료가 없다”, “실무적으로 진척이 없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 대통령은 “자료에 11개 민간 공항 PPP 발주를 추진 중이라고 써 놓고, 사장은 그 내용조차 모른다”라며 “쓰여 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와 기관장의 인식 사이 괴리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한 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책임 점검과 인사 쇄신 신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전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이학재 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정무 특보를 맡은 바 있으며, 18대부터 20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의원 출신이다. 2023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되며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