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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허지만의 진료실 이야기] 자궁외임신은 어쩔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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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외임신’은 수정란이 자궁 안이 아닌 장소에 착상된 상태를 말한다. 일단 정자와 난자가 만나 잘 수정했고 착상까지 했으니 ‘임신’은 맞으나, 잘못된 장소에 안착하는 바람에 ‘질병’으로 판정된다. 자궁외임신은 어차피 유지할 수 없는 데다 파열되면 내부 출혈이 극심하며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약물 혹은 수술로 제거한다.

자궁외 임신은 기적같은 일이지만, 의료 접근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는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자궁외 임신은 기적같은 일이지만, 의료 접근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는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자궁외임신의 빈도는 대략 전체 임신의 2% 정도로 보고된다. 아주 드문 일은 아니라서 산부인과 의사는 은근히 자주 보곤 한다. 그러나, 흔한 일 또한 아니기 때문에 이런 질환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환자분이 많다. 그들에게는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종 “왜 하필 거기에 임신이 된 걸까요?”라고 묻는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정이 자궁이 아니라 나팔관에서 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정자 측면에서 보면 자궁에 들어온 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라는 인생(?)의 첫 선택을 하고, 굳이 나팔관 끝까지 가서 이제 막 들어온 난자를 마중하는 느낌으로 수정한 뒤 다시 자궁 안으로 돌아와 착상한다. 수정 후 이동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궁외임신이 된다. 

고작해야 10cm 정도밖에 안 되는 길이의 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만약 난자가 자궁까지 내려오길 암전하게 기다렸다가 수정하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늦게 수정되면 착상을 준비할 수 없어 정상 임신도 되지 않는다는 게 인체의 신비이다.

그럼, 시험관아기 시술처럼 아예 밖에서 수정까지 해서 자궁 안에 직접 넣어주면 자궁외임신이 안 생길까? 그런데도 간혹 자궁외임신으로 착상되는 경우가 있으니 참 난감하다. 자궁외임신이 된 적 있어 이를 피하려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는데도 또 자궁외임신이 되었다는 환자를 만났을 땐 미신적인 운명론 같은 생각마저 들곤 했다.

요즘은 의대도 단순 암기식으로 문제를 내지 않기 때문에 구식이긴 하나, “산부인과 의무기록을 작성할 때 자궁외임신의 치료를 ‘유산 횟수’에 포함하는가?” 같은 질문이 의대생을 혼란스럽게 만들곤 했다. 

원칙대로 하자면 자궁외임신도 어쨌든 임신이므로 포함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느낌엔 어쩐지 임신이 아닌 ‘질환’인 것 같다는 게 질문의 함정이다. 실제로 환자도,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도 자궁외임신을 임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자궁외임신을 유산 횟수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로 기재하고 있다. 자궁외임신이 임신 같지 않은 느낌은 아마도 ‘어쩔 수 없음’ 때문인 듯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수정란의 운명이 생명으로 연결될 수 없다면 지나치게 감정 이입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극히 드물지만 자궁외임신도 살아있는 아기를 출산한 사례가 있다. 2025년 페루의 한 산모는 무려 태아가 간에 착상된 상태로 임신을 유지하여 40주 만에 제왕절개로 3.6 kg의 아기를 출산했다고 한다. 아기는 건강하며 산모도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보고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4번째 성공 사례라고 한다. 산모와 아기의 천운이 따랐겠지만, 의료진의 노고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페루의 사례는 아직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2015년 미국 산부인과 학회에 보고된 남아프리카의 사례와 비슷해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지난 60년간 자궁외임신이 간에 착상된 경우는 21건밖에 없었으며, 그중 단 2건만이 출산에 성공했고 이번이 ‘세 번째’라고 하였다. 

착상된 자궁외임신은 태반이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일찍 발견된 매우 작은 임신낭 조차 간을 절제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하물며 만삭에 다다른 태반은 간을 얼마나 깊게 파고들었겠는가. 결국 의료진은 태반을 제거할 수 없어 상당 부분을 그대로 두고 추적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나 위험한 임신을 산모가 굳이 유지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진단이 늦어 애초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초음파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비어 있는 자궁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일찍 알아차렸을 것이다. 따라서 기적은 축하하되, 이면에는 의료 접근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는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쓴이 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산모입원 전담 임상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아이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따라가며 시기마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아울러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생각과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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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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