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방지 허술해 美 비행 청소년 타겟된 기아
도난범에 ‘기아 보이즈’ 별명 붙어··· 이미지 악영향
美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도난 방지 기술 적용
기아의 미국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온 ‘기아 보이즈(Kia Boys)’ 문제가 마침내 해결될 전망이다. ‘기아 보이즈’란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를 주요 타겟으로 삼아 차량을 훔치던 10대 비행 청소년 집단을 일컫는 말로, 이들의 범죄 행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놀이처럼 소비되며 빠르게 확산됐다.

단순한 절도를 넘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진 이 현상은 곧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여기에 ‘도난당하기 쉬운 차’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며 기아자동차의 미국 시장 확대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되어왔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러한 미국 내 차량 도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400만 대가 넘는 차량에 도난 방지 장치를 추가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장치 추가 및 조사와 관련된 비용으로 최대 900만 달러, 우리 돈 약 133억 원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수년간 브랜드의 발목을 잡아 왔던 ‘기아 보이즈’ 사태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35개 주 합공에 꺼내든 카드
현대차·기아는 미국 35개 주 검찰총장(주 법무장관)들이 공동으로 진행해 온 관련 조사를 종결하기 위해 도난 방지 장비 설치 등을 포함한 합의를 진행했다. 주 법무장관 측은 기존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가능했던 차량을 포함해,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차량 소유주에게 아연 강화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를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는 도난 방지 장치가 기본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번 하드웨어 업데이트가 약 400만 대의 차량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약 310만 대가 해당한다. 두 회사는 조사 비용과 행정 절차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소비자와 주 정부에 최대 900만 달러(약 133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제로 해당 차량들에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최대 5억 달러(약 7,397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는 이번 조치가 2011년부터 2022년형 차량의 절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기에 생산된 차량 상당수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아 절도에 특히 취약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아연 슬리브 방식의 하드웨어 개조가 점화 실린더 본체를 강화하고 제거를 어렵게 만들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절도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 대상에 해당하는 소비자들은 2026년 초부터 안내문을 받게 되며, 2027년 3월 말까지 지역 대리점을 통해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한편 해당 조치 이전,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는 차량 도난과 관련된 소비자 집단소송에서 총 2억 달러(약 2,958억 원) 규모의 합의를 이미 체결한 바 있다.
‘범죄 놀이’에서 사회적 문제로
‘기아 보이즈’라는 표현은 2022년 초,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한 ‘기아 챌린지’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2021년 11월 이전 생산돼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기아 차량을 골라 훔쳤는데, 해당 기능이 없는 차량은 전문 지식이 없는 10대들도 간단한 공구만으로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은 2011년부터 2021년형 기아 차량 약 450만 대, 2015년부터 2021년형 현대차 차량 약 380만 대로, 총 830만 대에 달한다.

이 ‘기아 챌린지’ 유행 이후 미국 각 도시의 차량 도난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2022년 밀워키에서는 차량 도난 신고율이 2021년 대비 무려 2,500% 급증했고, 시카고에서는 642건의 차량 도난 신고가 접수되며 전년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절도 이후였다. 절도범들은 미숙한 운전과 난폭 운전을 일삼았고, 이는 각종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2023년 발표에 따르면 이 유행으로 인해 최소 14건의 교통사고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양사는 94만 대 이상의 차량에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고, 사법당국 및 공공기관을 통해 32만 5천 대 이상의 핸들 잠금장치를 배포했다. 필요 시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 임시 대응책도 병행해 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 11월, 현대차그룹은 사이버 보안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 팀은 기존의 물리적 차량 도난을 넘어, 스마트키 신호 복제와 차량 시스템 해킹, 모방 프로그램을 통한 불법 스마트키 제작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졌다.
큰 산 넘고 마주한 더욱 큰 산
기아는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부터 이름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KIA’라는 영문명이 군사용어인 Killing in Action, 즉 ‘작전 중 사망’의 약자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뛰어난 상품성과 가성비를 앞세워 점차 미국 시장에 안착했고, 한때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아 보이즈’ 사태는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값이 싸고 훔치기 쉬운 차라는 인식은 브랜드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번 대규모 하드웨어 개선과 제도적 합의가 단순한 사후 대응을 넘어, 기아가 다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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