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10월까지 부과된 교통 과태료 1조 914억 원
최근 6년간 전국 도로에 무인 단속 장비 3배 이상 늘어
차량 탑재형, 이동식 장비 또한 꾸준히 증가 추세
운전하다 보면 도로 곳곳에 설치된 무인 단속 카메라 때문에 순간적으로 속도를 줄인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 카메라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어느새 우리는 그 존재에 익숙해졌다. 무인 교통 단속 카메라는 이제 단순한 단속 수단을 넘어, 도로 위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이러한 단속 장비에 적발돼 부과된 교통 과태료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단 10개월 만에 1조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집계될 한 해 과태료 총액이 1조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안전을 위한 장치’라는 명분 뒤에서, 과태료 규모는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5년 만에 3배, 도로 위를 점령한 단속 카메라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경찰이 부과한 교통 과태료는 약 1조 91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7,583억 원 수준이었던 연간 교통 과태료는 2022년 1조 2,449억 원으로 증가한 뒤, 2023년부터는 1조 3,000억 원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과태료 증가의 배경에는 무인 교통 단속 장비의 급격한 확충이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무인 교통 단속 장비는 총 2만 9,871대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 8,982대와 비교하면 약 3.3배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신호등이나 표지판 등에 고정 설치되는 단속 카메라는 2019년 말 8,576대에서 올해 10월 말 2만 9,108대로 증가했다. 불과 5년 10개월 사이 2만 대가 넘는 장비가 추가된 셈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 발생 시 운전자를 가중해 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2020년 3월 시행된 이후, 전국 도로에는 매년 평균 약 3,400대의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고 있다.

고정식 장비뿐만 아니다. 이동식 단속 카메라는 2019년 406대에서 올해 534대로 늘었고, 차량 탑재형 단속 장비 역시 2021년 20대를 시작으로 올해 229대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더해 내년에는 AI 기반 무인 교통 단속 장비 도입까지 예고돼 있어, 운전자들이 법규 위반으로 적발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안전의 대가, 지자체는 울고 있다.
하지만 단속 장비 확충이 단순히 ‘세금 뜯어가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무인 교통 단속 장비가 늘어난 이후 전국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전국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9년 22만 9,600건에서 지난해 19만 6,349건으로 약 14% 줄었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역시 3,349명에서 2,521명으로 25% 감소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무인 단속 장비 확충이 도로 위 안전 확보에 일정 부분 이바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감소세를 단속 카메라의 공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고 다발 지역에 보행자 우선 도로와 대각선 횡단보도를 확대 도입했고, 자동차의 안전 성능 역시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교통사고 감소는 단속 장비뿐 아니라 제도 개선과 차량 기술 발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단속 카메라 확충이 불러오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다. 실제로 경남 지역에는 현재 약 1,900대의 무인 단속 장비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최근 4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설치와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과태료 수입이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무인 단속 카메라로 부과된 과태료는 지자체가 아닌 경찰청으로 징수돼 전액 국고로 귀속된다. 반면 장비 설치와 관리는 경찰의 의뢰를 받아 지자체가 담당한다.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김일수 경남도의원은 “지방의 교통안전시설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과태료 일부라도 지방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과태료 부과 건수가 가장 많았던 장소는 경남 진해 진영휴게소 인근으로 조사됐다. 이곳에서는 1월부터 10월까지 속도위반으로만 3만 7,715건이 적발됐고, 이에 따른 과태료 부과액은 13억 5,009만 원에 달했다.
카메라 너머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무인 교통 단속 카메라는 분명 도로 위 안전을 지키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 감소라는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설치와 관리 비용을 떠안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속 카메라의 숫자를 계속 늘리는 방식이 과연 최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더 효율적인 교통 관리 방식은 없는지, 그리고 무인 단속 카메라만이 유일한 정답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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